조성은·김웅 녹취파일, 고발 사주 수사의 '스모킹 건' 될까
[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복구한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김 의원이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텔레그램으로 조씨에게 건넨 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씨가 받은 고발장의 최초 발송자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특정됐다.향후 공수처 수사는 김 의원의 발언인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의 ‘우리’가 누구인지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조씨와 김 의원 간 통화녹음 파일을 복구함으로써 김 의원이 손씨에게 고발장을 전한 동기와 배경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녹음파일은 2개인데, 첫번째 녹음파일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줄 테니 서울남부지검에 접수하라”, 두번째 녹음파일에는 “대검에 접수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김 의원이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조씨는 당시 김 의원이 여권 성향 검사가 수장인 서울중앙지검 대신 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당부했다는 주장을 했지만, 아직은 조씨의 ‘주장’에 가까웠다. 그런데 공수처가 녹음파일을 복구함으로써 조씨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한 것이다.
공수처가 6일 국정감사 기간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녹음파일을 통해 고발장이 전달된 동기와 배경, 목적이 어느 정도 파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의 고발장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내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지난해 8월 고발로 이어졌는지 밝히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정 의원은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에 고발장 초안을 전달했고, 당 법률자문위원이었던 조상규 변호사는 당무감사실로부터 고발장을 받아 지난해 8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날 조 변호사의 과천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다만 정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공수처는 보좌진의 PC까지 들여다봤지만 고발장과 관련된 자료가 없어 빈손으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검찰의 조직적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손 검사에게 고발장 관련 업무를 지시한 윗선 검사나 손 검사의 지시를 받은 검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공수처가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지난달 29일 손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성모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모 전 검찰연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그 일환이다. 궁극적으로 손 검사에게 수사 첩보를 직보받았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고발장 작성·전달 과정에 개입했는지 밝히기 위한 것이다.
공수처는 이날 고발 사주 의혹의 주임검사를 ‘2인자’인 여운국 차장으로 재지정했다. 사건분석조사담당관실 소속 예상균 검사도 주무검사로 투입했다. 공수처는 당초 최석규 수사3부장에게 사건을 배당해 수사를 지휘해왔다. 지휘자였던 여 차장이 직접 수사에 참여한 것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최강욱 대표 등이 고소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는데, 공수처가 전날 이 사건을 기존 수사 사건과 병합하면서 고발장에 이름이 적힌 이들은 모두 피의자 신분이 됐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던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2명뿐 아니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김웅·정점식 의원,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성명불상인 등 5명도 피의자 신분이 됐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캠프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도 전날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이 조성은씨와 공모해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박 원장에 대한 수사 개시를 발표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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