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용 늘리면 장땡?.. 임금체불 대기업에 '근로감독 면제권'

안병수 2021. 10. 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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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게 정기 근로감독을 3년간 면제하는 '일자리 으뜸기업' 제도가 으뜸기업 선정 이전에 노동관계법 위반 전력이 있는 대기업을 상당수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임금체불 등 고용당국의 조사로 적발되고도 으뜸기업에 선정된 대기업은 전체 약 3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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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일자리 으뜸기업' 제도 논란
일자리창출 기업 3년간 감독면제
고용 활성화 위해 4년째 시행 중
59개사 중 17곳 노동법 위반 전력
59%는 선정 뒤 감독 한번도 안받아
네이버도 갑질 조사로 체불 적발
당국 "수시·특별감독" 해명 무색
"다른 유인책 고안해야" 비판 일어
고용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게 정기 근로감독을 3년간 면제하는 ‘일자리 으뜸기업’ 제도가 으뜸기업 선정 이전에 노동관계법 위반 전력이 있는 대기업을 상당수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임금체불 등 고용당국의 조사로 적발되고도 으뜸기업에 선정된 대기업은 전체 약 30%에 달했다.

이 제도는 문재인정부가 기업 고용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2018년 도입했다. 그러나 노동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들에게 무더기로 면제권을 뿌려 정부가 나서 ‘일자리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과 함께 2018∼2020년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된 대기업 59개사의 노동관계법 위반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17개사(28.8%)에서 선정 이전 3년간 위반 내역이 확인됐다. 내역별로 보면 17개사 중 대부분인 16개사가 임금체불을 저질렀고, 나머지 1개사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은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약 15만명의 근로자가 모두 8273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더욱 솔선수범해야 할 대기업(상시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이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되레 고용당국의 감독망을 피하게 된 것이다.
으뜸기업 선정 이후 합법적으로 면제된 정기감독뿐 아니라 수시·특별감독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17개사 중 10개사(58.8%)가 근로감독을 받지 않았다. 반면, 고용당국이 수시 근로감독에 착수한 나머지 7개사 중 3개사(42.9%)에서 재차 임금체불이 적발됐다. 으뜸기업들에도 노동관계법 위반 가능성을 원천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고용부의 관계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부 훈령인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12조는 수시·특별감독 대상으로 임금체불 등 민원이 발생하거나 이 밖에 노동관계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을 명시하고 있다. 으뜸기업이라고 해서 과거를 묻지 않고 면제권을 줘선 안 된다는 근거 규정이다.

이에 노동관계법 위반 가능성과 무관한 일자리 실적으로 근로감독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는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 연속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6년간 근로감독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야 특별근로감독을 받았고, 87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 등 법 위반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으뜸기업 선정 이전의 노동법 위반사항은 이미 조치가 완료돼 정부포상지침상 결격사유가 아니다”며 “정기 감독 외에도 제보 등을 바탕으로 수시·특별감독에 나서 빈틈을 메우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본지 분석 결과 으뜸기업에 선정된 뒤 한 번도 근로감독을 받지 않은 대기업은 전체 59개사 중 42개사(71.2%)였다. 으뜸기업에도 적극적으로 감독에 나서고 있다는 고용부 입장과 배치된다.
사진=연합뉴스
박대수 의원은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으뜸기업 제도가 실상은 기업 감싸기 제도에 불과했다”며 “정기 감독 면제권을 폐지하고 이에 준하는 유인책을 고안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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