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급이 다른 웅장함, JBL 바 5.1 서라운드 사운드바
[IT동아 권택경 기자]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 화질만큼이나 이용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게 음향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가 텔레비전(이하 TV)이라 하더라도 내장 스피커 성능 한계는 뚜렷한 편이다. TV의 가장 주된 기능은 결국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 초점은 결국 화질에 맞춰진다. 종잇장처럼 얇아지는 TV에 여러 스피커 부품을 욱여넣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수준 높은 음향을 경험하고 싶다면 TV에 연결할 스피커를 따로 장만해야 한다. 하지만 스피커는 놔둘 공간도 마련해야 하고, 설치도 까다롭다. 특히 입체 음향을 구현하려면 위성 스피커를 여러 개 설치해야 하므로 그 번거로움이 배가 된다. 음향 마니아라면 그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겠지만, 대부분 일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좋은 음질에 대한 수요와 설치 부담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셈이다.
2010년대부터 등장한 사운드바가 빠르게 대세가 된 건 이러한 간극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막대형 스피커인 사운드바는 TV 바로 아래 배치할 수 있어 따로 공간이 필요 없는 데다 설치도 간단하다. 여기에 가상 입체 음향 기술을 적용해 음향에 공간감도 어느 정도 더해줄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사운드바는 사실상 가정용 스피커의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아예 TV와 사운드바를 묶어서 파는 경우도 흔해졌을 정도다.
사운드바가 기존 스피커의 대안이 아닌 표준 형태처럼 자리 잡으면서 사운드바 그 자체도 많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후방 스피커나 서브우퍼를 추가해 사운드바만으로는 부족한 공간감이나 저음 표현력을 채워주는 고급형 제품들도 등장했다.
음향기기 전문 기업 하만의 ‘JBL 바 5.1 서라운드(JBL BAR 5.1 SURROUND)’도 서브우퍼를 추가해 기존 사운드바에 부족했던 저음 표현을 강화한 고급형 제품이다. 무광 검은색으로 디자인된 사운드바 내부에는 레이스트랙 드라이버 5개와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측면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최대 출력은 250W다. TV 내장 스피커가 대부분 10W~40W 수준이며 최상급 제품도 80W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차이는 극명하다. 물론 스피커 성능을 출력 하나로 따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소리의 선명함도 내장 스피커보다 확실히 더 좋았다.
참고로 레이스트랙 드라이버는 원형인 일반 스피커 드라이버와 달리 타원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드라이버를 말한다. 생김새가 자동차 경주로 같다고 하여 레이스트랙이란 이름이 붙었다. 타원형이란 특성 때문에 마찬가지로 길쭉한 사운드바에서 많이 사용한다.
사운드바 내부에는 음향 교정을 위한 마이크도 탑재됐다. 마이크가 사용자 위치와 음향 환경을 분석해 좀 더 입체감 높은 음향을 구현한다. ‘자동 멀티빔 캘리브레이션’이라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어디에, 어느 자세로 있더라도 왜곡없는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다.
사운드바 크기는 길이 1,018mm, 높이 58mm, 폭 100mm이므로 꽤 큰 편이다. TV 크기에 따라서는 스탠드와 화면 사이 공간에 놓는 게 여의치 않을 수 있으니 구입이나 설치 전 유의할 필요가 있다. TV가 벽걸이라면 거기에 맞춰 사운드바도 깔끔하게 벽에 설치할 수 있다. 벽걸이 설치를 위한 부품도 제품과 기본 제공하기 때문에 공구만 있다면 직접 설치할 수도 있다.
뒷면에는 전원, HDMI 입력, HDMI 출력, 유선 랜, USB, 광케이블 단자가 있다. TV와 사운드바를 연결할 때는 블루투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TV가 ARC(Audio Return Channel) 기능을 지원하면 HDMI 케이블을 이용해 연결하는 게 정석이다.
JBL 바 5.1 서라운드의 HDMI 출력 단자도 ARC를 지원하기 때문에 TV의 HDMI-ARC 단자와 연결하기만 하면 모든 설치 과정이 끝난다. ARC는 TV의 음향 신호를 HDMI로 전달하는 기능이다. ARC 단자에 사운드바를 연결하면 TV에 연결된 다른 기기의 음향도 모두 사운드바로 전달돼 따로 연결이나 설정을 하지 않아도 사운드바에서 재생된다.
HDMI 입력 단자는 패스스루 기능을 지원한다. 패스스루 기능은 영상을 TV로 전달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블루레이 재생기를 사운드바 HDMI 입력 단자에 연결하면 TV에 직접 연결하지 않아도 사운드바가 영상 신호를 TV로 전달하는 기능이다. 사운드바가 하나 차지함으로써 부족해질 수 있는 HDMI 단자를 하나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제품 상단에는 전원 버튼과 음량 버튼 등이 있지만 이 버튼을 이용해 조작할 일은 거의 없다. 리모컨이 따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리모컨을 활용하면 기본 음량, 베이스 음량 조절이나 TV, 블루투스 등 입력 소스를 전환할 수도 있다. 기본 음량 조절 자체는 TV 리모컨으로도 할 수 있지만 베이스 음량 조절, 입력 소스 전환 등은 꼭 사운드바 리모컨을 이용해야 한다. 참고로 블루투스 기능은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사운드바와 연결할 때 사용한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사운드바를 음악 감상용 스피커로 활용할 수도 있다.
'JBL 바 5.1 서라운드'의 5.1 채널 중 사운드바가 5를 담당한다면, 서브우퍼는 0.1을 담당한다. 서브우퍼는 저음 특화 스피커 중에서도 일반 우퍼보다 더 낮은 저음을 담당하는 스피커다. 0.1이라고 해서 서브우퍼가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홈시어터 환경에서 서브우퍼는 필수적이다. 방 전체를 울리는 듯한 저음은 별도 저음 전용 스피커가 없다면 흉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제품의 서브우퍼는 305mm, 높이 440mm, 폭 305mm로 크기도 꽤 크고, 무게도 약 10kg으로 꽤 묵직하다. 우퍼나 서브우퍼는 저음 특성상 울림통(인클로저) 역할을 하는 몸통의 크기, 무게와 그 성능이 비례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베이스(저음) 음량을 최대로 올려놓고 영상을 감상하니,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웅장한 저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 소리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확연히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만약 웅장한 음향을 즐긴다면 베이스 음량을 높였을 때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브우퍼를 설정하는 과정도 전원만 연결한 후 무선으로 한 차례 페어링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다.
이 제품에서 가장 큰 만족을 줬던 서브우퍼는 드라이버가 바닥을 향하는 구조다. 울림이 강한 저음 특성은 바닥을 타고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운다. 다만 그만큼 진동이 있는 편이니, 주거 환경에 따라 진동이 외부로 새는 걸 막아주는 오석 재질 스피커 받침대 등을 장만하길 추천한다.
가정용 사운드바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음질과 음량, 음향 등을 들려주지만, 물리적으로 분리된 5.1채널 스피커 세트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인 듯하다. 또한 이퀄라이저(EQ) 모드가 '일반 모드'와 콘텐츠 성향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되는 '스마트 모드' 두 가지 밖에 없다는 점도 일부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점으로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이 제품이 대중적인 사운드바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으로 EQ를 조절하는 스마트 모드 하나로 통합한 게 여러 EQ 설정을 넣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봤을 때 매력적인 제품이란 건 분명하다. 사운드바의 선명한 소리와 서브우퍼로 구현하는 웅장한 저음은 내장 스피커보다 확연히 더 나은 경험을 보장한다. 제품 외관도 깔끔한 검은색 무광 디자인이라 어느 인테리어에도 위화감 없이 녹아들 수 있다. 다만 이 제품의 진가는 서브우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때 발휘되므로, 자신의 환경이 베이스 음량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환경인지 먼저 생각해보길 권한다. ‘JBL 바 5.1 서라운드'는 7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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