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공공부문 개혁 이유 흘러 넘친다
국민의 세금과 법령으로 만든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큰 짐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확대로 공공성을 강화하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며 공공서비스의 질도 높인다고 했지만 정반대로 되었다. 공공기관에 비리가 계속 터지고 죄질도 나빠졌으며, 지방 공공기관은 더 심했다. 공공기관이 가진 권한을 이용한 조직적인 부패였지만 경찰과 검찰의 수사 의지는 약했고 정부는 어물쩍 넘어갔다.
금년 봄에 들통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사건이 그랬다. 공공개발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고 힘을 실어주었지만 사익을 챙기는데 이용되었다. 최근에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이 되었고, 액수가 지난 10년간 무려 1조원이나 되며, 전임자가 박은 '대못'때문에 바꿀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LH보다 더 심각한 비리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들통났다. 당시 성남시장이고 지금 집권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자신이 설계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를 감독하는 행정안전부는 이 사업을 추진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최우수등급으로 표창해 비리의 핵심 인물이 승진할 수 있게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내용을 보면 비리와 부패가 득실거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토지를 저렴하게 수용했고,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아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고, 공공에게 돌아갈 이익을 사유화하며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불거졌다.
공공기관의 발각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에 공기업에 낙하산·보은 인사가 없다고 했지만 정반대로 되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비판받아 역대 정부는 조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민간기업에 비해 수익성은 낮아도 그래도 흑자였던 공기업이 문 정부 이후 대거 적자로 바뀌고 부채만 늘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공기업의 임원은 47%가 낙하산 인사였다. 공기업의 임직원의 숫자는 2016년에서 2020년 사이에 20% 가까이, 인건비는 20% 이상 늘었다. 반면, 영업 이익은 7% 감소했고 부채는 10% 증가했으며 적자 공기업은 3배 이상 늘었다.
공기업의 부채는 정부가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국가부채에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빠뜨려 폭증하는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정부가 재정투입 확대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주술에 빠져 공기업을 더 방만하게 했다. 공기업의 50%는 적자의 늪에 빠져있고, 일부 공기업은 자본잠식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5%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많고, OECD 33개국에서 2번째로 높으며, 부채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보다 많다. 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훨씬 더 심각해 GDP의 62.7%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공공부문을 확대하는 정책은 좌파 포퓰리즘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좌파 포퓰리즘이 강해지면서 정부의 경쟁력이 하락해왔다. 서울대학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정부의 성과를 평가한 정부경쟁력지표를 보면 한국은 2016-2019년 35개국 중에서 25위 정도로 하위권이다. 공공서비스와 공공부문의 성과를 평가하는 세계은행의 정부유효성지수는 순위가 더 떨어진다.
과감한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하다. 스웨덴은 공무원의 급여를 근속연수가 아니라 직무와 성과에 따라 결정하고, 채용 권한을 해당 부처에 넘기고,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도록 했다.
제3의 길로 영국 노동당의 최장수 총리가 된 토니 블레어는 '일하는 영국'을 내걸며 공공부문을 개혁했다. '더 큰 정부가 주도하는 더 큰 평등이 곧 정의이며 진보'라는 노동당의 가치관을 비판하고, 케인즈식 경제정책, 베버리지식 복지정책, 국유화와 계획경제, 평등주의에 기초한 사회정책을 폐기했다.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개혁의 이유가 흘러 넘친다. 내년에 블레어 같은 대통령이 출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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