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못탔지만..과학계 "한국과학史 발전, 노벨상 탈때 됐다"

강민구 2021. 10. 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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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벨 물리·화학상 수상자 바라지만 '0명'
클래리베이트 '노벨상 후보' 포함 韓 연구자 늘어
'QLED' 현택환, '한국파스퇴르' 이호왕 등 눈길
노벨상 수상자 배출 저명 학회서 활동하는 연구자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시즌’이 찾아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노벨상은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이 됐다는 지표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선정 소식은 수십 년째 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노벨 물리·화학상 수상자는 ‘0’인 반면 일본의 수상자는 20명째를 기록해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연구자의 성과가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우수한 지표가 보이고 시작했고, 국제학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분석기업이 한국인 연구자들을 작년부터 연이어 수상 후보로 꼽고 있다. 바이러스, 전기·전자 소재, 태양전지 등 분야도 다양하다.

미국, 영국 등 기초과학 선진국들이 수백년의 과학사를 가진 반면 50여년의 짧은 국내 과학사를 고려하면 한국이 빨리 선진국을 추격했고, 노벨상 수상자 배출도 시간 문제라는 기대감도 있다.

‘QLED 아버지’, ‘한국의 파스퇴르’ 등 연구자 주목

사실 노벨재단은 공식적인 후보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영화·음악계의 대표적인 상인 ‘아카데미상’이나 ‘그래미상’에서 후보자들이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글로벌 조사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분석하는 자료를 살펴보면 간접적으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정도다. 지난 20여년 동안 거론한 376명의 연구자 중에서 실제 59명이 노벨상을 받아 ‘노벨상 족집게’로 통할 정도로 신뢰성을 갖췄다.

우리나라 연구자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2014년 유룡 KAIST 교수를 시작으로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2017년),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2018년), 현택환 서울대 교수(2020년),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2021년)까지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유룡 교수는 1999년 탄소로 이뤄진 메조다공성 물질을 처음 개발했고, 관련 연구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한국인으로는 처음 조명을 받았다. 메조다공성 물질은 지름 2~50나노미터의 작은 구멍이 무수히 많은 물질인데 원유에서 휘발유를 뽑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쓰거나 화학반응을 돕는 촉매, 약물 전달체로 쓸 수 있다.

박남규 교수도 기존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분야 상용화를 주도하며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2012년 태양전지의 안정성과 효율을 높인 기술을 개발해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에 주목받은 현택환 교수는 ‘QLED TV의 아버지’로 통한다. 현 교수는 실온에서 서서히 가열하는 승온법을 개발해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에 성공했다. 전 세계 실험실에서 이 방법을 널리 쓰고 있고, QLED TV의 기반 기술로 활용됐다. ‘한국의 파스퇴르’라고 불리는 이호왕 교수는 등줄쥐의 폐조직에서 처음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인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했고, 분리부터 동정, 백신 개발까지 차례로 이뤄내 올해 수상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노벨 수상자 배출 본고장 뚫는 연구자들도

기초과학의 기본 성과물인 논문을 많이 내면서 주목받는 연구자들도 있다.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상위 1% 연구자’에 그동안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 46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장 노벨상을 받을 후보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수 노벨상을 배출한 영국과 미국의 저명한 학회에서 모셔가 향후 수상을 기대하게 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이상엽 KAIST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영국왕립학회 회원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선정됐다. 이상엽 교수는 미국공학한림원, 미국국립과학원, 영국왕립학회까지 세계 3대 학회 회원에 미국인, 영국인을 빼고 유일하게 포함됐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대만 부호가 만든 ‘당상’처럼 노벨상보다 상금을 많이 주는 상도 있지만, 노벨상의 권위와 전통을 따라갈 수 없다”며 “100여 년이 넘은 일본 과학사와 한국 과학사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우리도 지난 50여 년 동안 연구를 해왔고, 연구 논문의 폭과 깊이가 더해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수상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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