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점유율 70%.. 국산 도자기 '밥그릇' 다 빼앗겼네
토종 브랜드 '오덴세'만 약진
모던하고 실용적인 콘셉트 적중
■식기시장 해외 브랜드 점유율 70%
6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산 브랜드 포트메리온과 덴비,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 핀란드 이딸라, 독일 빌레로이앤보흐 등 외국 식기 브랜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식기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의 소비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식기 전용 라인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친 영향이 컸다.
실제 외국 브랜드 업체들은 국내 시장 규모가 인구 대비 수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 식기 브랜드업체의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한국 식습관에 맞춰 테이블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고, 실제 출시된 제품들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테이블웨어 브랜드 덴비의 경우 지난 2015년 한국 법인 설립 후 2016년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진출한 33개국 중 한국 매출은 영국, 미국에 이어 3위로 뛰어 올랐다. 이에 따라 덴비는 지난 2017년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헤리티지' 라인을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사각 나눔 접시와 종지 제품들을 출시했다. 한국시장에 단독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이어 2019년에는 수저 2쌍으로 구성된 한식기 커트러리 세트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덴마크 왕실 납품 브랜드로 유명한 로얄코펜하겐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 맞춰 출시한 한식기는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 제품군이 됐다. 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봄가을 시즌 별로 한식기 위주 구성의 '로얄 웨딩 에디션'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 가을 시즌은 예상을 뛰어 넘는 빠른 소진으로 3주만에 목표치의 50%이상 판매했다"면서 "계획했던 수량이 9월 중순에 매진돼 조기 품절됐다"고 전했다.
■토종브랜드 '오덴세' 나홀로 약진
안방을 내준 한국 식기 업체들은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혼수 세트를 필수로 장만하던 시절 한국 식기 업계의 투톱으로 아성을 쌓았던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해지고 있다. 실제 한국도자기의 실적은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하락해 2017년이후에는 영업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2010년 517억원에서 2020년엔 25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국내 1세대 생활도자기업체 선두주자로 명성을 누렸던 행남자기는 지난 6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반상기, 머그잔, 커피잔, 다기 세트, 주기 세트 등 가정용 생활도자기 생산과 판매를 이끌며 업계를 주도했지만 지난 2016년이후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이끌던 식기 업체들의 역성장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정용 수요 급감, 신혼부부들의 혼수 세트 생략 추세 등 수요층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데다가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실책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통 업체들이 혼수 위주 제품군에서 정체된 사이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점령했다"면서 "특히 젊은층의 경우 사진을 찍었을 때 예쁜 그릇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 전통 업체들이)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CJ온스타일이 지난 2013년 론칭한 '오덴세'가 토종 브랜드 자존심을 세우며 약진 중이다. 오덴세는 국내 전통 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모던하고 실용적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국내 테이블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브랜드의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지만 한국의 식문화를 반영한 실용적인 제품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수요층을 공략한게 주효했다. 최근에는 쿡웨어, 다이닝가구, 주방케어 제품까지 아우르는 다이닝앤 키친 토탈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50억원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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