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레드카펫 깔린 부산..코로나 딛고 '행복의 나라로'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스물여섯번째 화려한 막을 올렸다.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70개국 22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폭 축소돼 열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예년 수준의 규모로 다양한 행사가 대면으로 열린다. 작품 상영 횟수도 올해는 예년과 동일하게 편당 2~3회다. 상영관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으로 한정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씨지브이(CGV), 롯데시네마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다만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전체 좌석의 절반만 관객을 받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열지 못한 레드카펫 행사도 열고, 개·폐막식도 대면으로 진행한다. 해운대와 광복동 일대에서 오픈토크, 스페셜토크, 무대인사, 핸드프린팅 등도 야외 행사로 펼친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송중기·박소담의 사회로 열렸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폐막작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인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매염방>이다. <행복의 나라로>는 임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영화제 개최가 무산되면서 이번에 부산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행복의 나라로>는 말기 뇌종양 환자인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은 뒤 인생의 아름다운 엔딩을 꿈꾸며 동행하는 로드무비다. <그때 그사람들>(2004), <돈의 맛>(2012) 등 시니컬한 사회풍자적인 작품을 주로 만들어온 임 감독의 필모그래피와 달리 시종 유쾌하고 따뜻하다. 특히 영화 제목이기도 한 ‘행복의 나라로’와 함께 ‘하루 아침’ ‘바람과 나’ 등 가수 한대수의 히트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인 점도 인상적이다. 이날 개막작 기자간담회에서 임 감독은 “허문영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촌스러워서 좋다’고 하더라.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죽음과 돈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박해일과 처음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최민식은 “같이 술을 많이 마셨다”며 “마치 오래전부터 같이 작업을 한 사이 같아서 신기했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는 화제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하는 등 콘텐츠 업계의 변화를 반영하는 행보로도 눈길을 끈다.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으로는 연상호 감독의 <지옥>과 김진민 감독의 <마이 네임>이 선정됐다. <지옥>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온 사자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받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부산행> <반도>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과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의기투합한 동명 웹툰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영상화한 작품으로, 배우 유아인·박정민·김현주·원진아 등이 출연한다.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도 마련됐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등 한국 영화계 거장들이 부산을 찾아 영화제를 빛낸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 두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7일 스페셜 대담을 진행한다.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 박찬욱 감독은 오는 10일 남포동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비프’ 행사에서 ‘금자씨로 보는 광기의 형상’이라는 주제로 관객을 만난다.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를 비롯해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 제인 캠피언의 <파워 오브 도그>, 아르노 데플레생의 <디셉션> 등 거장 감독 작품들도 대거 초청됐다. 아울러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 감독상의 <아네트>(레오스 카락스), 각본상의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등도 만날 수 있다.
부산/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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