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료값 3배 치솟아.."수입 대체루트 찾기도 막막"
유럽·日기업으로 원재료 확보 나서지만 일방적 휘둘려
원가 압박 못견딘 中企 도산땐 중견·대기업도 수급 비상
中, 올림픽때까지 전력 규제 가능성..피해 눈덩이 우려
중국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원료 공장의 셧다운이 본격화되면서 핵심 원재료 수급난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급망 불안으로 주요 원재료를 구하지 못하면서 중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들에서까지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일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체 생산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중국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생산 기업인 동진쎄미켐은 중국에서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생산 소재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중국 내 공장을 늘려나가는 등 공격적으로 현지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주 생산 품목은 에천트·웨트케미컬·시너스트리퍼 등이다. 중국 협력사들에서 원재료를 받아 소재를 생산하는데 수급에 차질이 생겨 공급망이 경색된 것이다.
동진쎄미켐의 경우 주요 사업 및 매출 가운데 전자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주요 납품처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규모가 35%이며 SK하이닉스도 8%를 넘는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가 11%, 중국의 BOE도 17%에 달한다. 수급난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 증가의 흐름을 타고 동우화인켐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 다른 국내 중견 반도체 화학 소재 기업들도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들 기업은 물류비 절감과 현지 맞춤형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중국발 공급망 불안 쇼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뜻하지 않게 ‘역공’을 당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급 루트 차단 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원재료 확보에 총력을 다하며 수급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가격 변동과 수급 불안 요인 탓에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밖 기업들을 통해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지만 한순간에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다”며 “일본이나 유럽의 원재료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재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 장비, 부품 기업들 역시 원재료 수급난을 우려하고 있다. 한 반도체 생산 장비 제조 기업 관계자는 “삼성이나 SK 등의 기업에서 앞으로 반도체 가격 인상 요인이 많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반도체 부품이나 소재 수급이 하나라도 안 되면 전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내 전력난 때문에 삼성이나 SK의 중국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어 생산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동진쎄미켐·동우화인켐 등 규모가 큰 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원가 상승의 부담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견 기업은 최종 납품 업체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하청 업체나 소규모 소재 기업은 2~3배 넘게 오른 원료 가격과 수급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 기업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산시성 정부는 지역 내 마그네슘 제련 기업의 가동을 중단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른 지역 성 정부들도 관내 주요 광물·원재료 공장에 가동률을 50%가량 줄이라고 통보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장시성 정부의 경우 가동률을 90%가량 감축하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기업들은 내년 동계올림픽까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랴오닝성에서 기계 부품을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9월부터 전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면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까지 이 같은 전기 공급 제한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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