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의 의미와 과제
[왜냐면] 임승달|국가균형발전과 국회세종의사당건립 비대위 상임대표
국회가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세종특별자치시에 세종의사당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는 ‘정치의 지방화’ 시대를 연 매우 의미 있는 일로서 아래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행정부와 입법부 간 물리적 이격으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국회를 오가며 허비해온 예산과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둘째, 세종시가 정치행정수도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충청권 메가시티의 중추로 기능하게 되어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셋째, 세종의사당 종사자의 대거 이주와 관련 기업, 이익단체, 언론사 등의 세종행 러시 그리고 하루 수천명에 이르는 국회 방문객의 소비활동으로 세종시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종의사당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직 많은 세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와 운영, 그 밖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국회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종의사당의 이전 대상, 규모와 기능에 관한 것이다. 현재 이전 대상으로는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 관련 11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회사무처 일부, 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간 국회의원들이 보인 기득권 고수 행태를 볼 때 이를 낙관할 수 없다. 만약 그들이 서울 국회 사무실을 지금처럼 주 사무실로 쓰고, 세종 분원 사무실은 세컨드오피스 정도로 사용한다면 입법부의 이원화로 인한 폐해만 노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위헌 판결로 국회의 전부 이전이 어려워 차선으로 세종 분원을 설치하는 것이라면, 본회의 개최 등 국회의 상징적인 기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은 세종으로 옮겨 세종의사당이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세종의사당을 국격에 맞게 세계적 명품 건축물로 짓고 서울보다 더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국회 종사자들이 스스로 세종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유인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국회 예정 부지 인근에 국회타운을 조성하여 세종의사당 관련 종사자의 쾌적한 주거공간과 유관단체의 입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들이 전국 지역구에서 세종의사당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케이티엑스(KTX) 세종역을 조기에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종시 정치수도화의 최대 걸림돌인 위헌 판결을 원천적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개헌을 하거나 대통령이 세종행정수도를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합의가 쉽지 않고 단시간에 이뤄질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투표 없이 할 수 있는 차선의 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 이는 여야 합의로 기존 행복도시법을 개정하거나, 국회에서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다시 제정하여 헌법소원 제기 시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을 다시 받아보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경제적 여건은 2004년 기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 결정을 받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므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미 세종시에는 많은 정부 부처가 이전되어 실질적 행정수도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정치의 중심인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도 확정된 만큼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의한 기존 위헌논리가 궁색해졌다. 여론도 최근의 미디어리서치 조사(2020년 7월25일) 결과를 보면 찬성(48%) 비율이 높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구성도 보수 일색이던 당시와 다르다. 이러한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새로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이에 대해 과거처럼 관습헌법 논리로 위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전 원내대표도 대표연설에서 이를 제안한 바 있다. 현재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지만 있다면 단독으로 법안 처리도 가능하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모두가 함께 꿈을 꾼다면 이는 현실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정의당 대선경선 결선투표로…심상정-이정미 맞대결
- ‘초과 이익 환수’ 빠진 ‘7시간 경위’ …검찰, 대장동 실무자 조사
- 오징어게임 ‘그 운동복’…미국 핼러윈 데이 대세되나
- 질병청, 이달 말 4300명 확진 전망…“재택치료 확대 등 대응 가능”
- 체력 떨어진 코스피 2900선도 ‘흔들’
- 문 대통령 ‘캐스퍼’ 비닐 뜯고 시운전…“승차감이 좋다”
- 이준석, ‘걸어서 청와대까지’ …국민의힘, 대장동 의혹 여론전
- 검찰, 이달에 김건희 조사하고 윤우진 수사 마무리하나
- 낮엔 폭염, 밤엔 모기…10월 가을이 깊어가는 새 방식?
- 2학기 전면등교 한다더니 수도권은 언제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