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나베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
[경향신문]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마나베 슈쿠로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90)은 일본에서 ‘두뇌 유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본 언론들은 6일 마나베의 노벨상 소식을 축하하며 그가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명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마나베는 1931년 에히메현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의사가 될 생각이었지만 ‘흥분하면 머리에 피가 쏠리는 성격’으로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마나베는 도쿄대 이학부에 입학해 1957년 박사과정을 마치고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프린스턴대에서 기후변화 매커니즘을 연구했다. 1967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가 늘어나면 지표면 온도가 상승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사용해 수치로 보여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컴퓨터를 다루는 남자’란 별명도 붙었다.
도미 약 40년 만인 1997년 일본으로 돌아와 도쿄로 연구 거점을 옮겨 화제가 됐다. 4년 간 연구를 이끈 뒤 그는 2001년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2005년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이 됐다.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노벨상 수상 소식 후 5일(현지시간)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돌아간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일본에서는 서로를 늘 걱정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며 사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되며, 예스(yes)라고 해도 반드시 예스를 의미하지 않고 노(no)를 의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지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조화를 신경쓰며 살 수가 없고 그것이 일본에 돌아가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연구 환경에 대해서도 마나베는 “예전에 비해 연구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일본에서는 과학자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사이의 채널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컴퓨터에 휘둘리지 말고, 대중적이고 유행하는 연구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했다.
프린스턴대에서 마나베에게서 지도받은 야마나카 야스히로 홋카이도 대학 교수는 “일본에서는 50~60세가 되면 조직의 장을 맡아 연구를 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며 “마나베씨는 연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 미국의 환경이 맞았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그는 마나베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며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마나베는 아내 노부코(80)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마나베의 연구는 대기나 해양에 관한 수치를 컴퓨터에 입력해 그 변화를 예측해나가는 것이다. 실험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그는 연구자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노부코의 요리가 활력이 됐다”며 “일식, 중식, 이탈리안 등 매일 아내의 요리를 맛보고 있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는 운전도 서툴지만 아내가 운전을 아주 잘 한다”고 추켜세웠다. 노부코는 “나는 남편을 항상 존경한다”고 말했다. 마나베 부부는 두 딸을 두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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