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신재생 부담, 5년뒤 8조로 급증

백상경,오찬종 2021. 10. 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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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 신재생 의무비율, 올해 9%서 2026년 25%로
석탄·LNG 가격도 크게 올라..국민에 비용 전가될듯

◆ 불어나는 신재생 청구서 ◆

정부가 국내 대규모 발전소에 부과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을 2026년 25%까지 끌어올린다. 올해 9%인 이 비율을 내년부터 연간 2.0~3.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상향해 5년 뒤엔 총발전량의 4분의 1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전력 공급을 총괄하는 한국전력은 가쁜 숨을 몰아쉴 형편이다. RPS 비율 증가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비용이 불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세계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전기요금 상향 압력도 한층 높아질 공산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4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RPS 비율 상한이 기존 10%에서 25%로 확대될 발판이 마련됐지만 이번에 정부가 연도별로 구체적인 의무비율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이행 부담이 커지게 됐다.

개정안은 내년 RPS 비율을 올해 9%보다 3.5%포인트 높은 12.5%로 정했다. 2023년은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에는 25.0%까지 높아진다. 신재생에너지 의존도(2020년 기준)의 경우 일본이 18%, 미국이 17%, 프랑스가 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일약 신재생에너지 일류국 대열에 들어서는 셈이다. 산업부는 의무비율 최종안을 연내 확정할 방침이다. RPS는 500㎿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제도다.

RPS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한전의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RPS는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 23곳에 부과되지만, 이들이 지출한 RPS 비용은 모두 한전이 보전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전의 RPS 비용은 2016년 1조4104억원에서 2020년 2조247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5년 뒤인 2026년에는 올해보다 5조원이 넘는 RPS 관련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RPS가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한전 부담이 3200억원 정도 증가하는 걸 감안하면 2026년에는 RPS를 25%로 끌어올리는 데 8조원이 넘는 돈이 든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석탄·LNG 등 연료비가 갈수록 치솟는 것도 부담이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한전 수익 구조를 감안할 때 매해 2% 이상씩 전기료를 올려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을 맞출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연료비 급등에 신재생 압박까지…"전기료 추가인상 불가피"

정부 입법예고, 5년 뒤 발전량 25% 신재생에너지로

내년 신재생 의무비율 12.5%로
시장 예상보다 훨씬 '급진적'
1%P당 한전 3200억 추가부담

수입석탄·LNG 장기계약에도
한전, 에너지 위기에 좌불안석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형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늘리며 한국전력 비용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이날 강원도 춘천의 한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정부가 대형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전력 총괄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당장 5년 뒤인 2026년에는 올해보다 5조원이 넘는 RPS 관련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비가 최근 급등한 가운데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청구서'까지 받아 들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발전에 필요한 석탄·LNG의 90%가량을 장기계약 형태로 들여오고 있어 당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계약 물량도 유가와 연동해 6개월 단위로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발전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4분기에 이어 내년에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2026년 RPS를 법정 최대치인 25%로 전면 조정했다.

이는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목표치다. 당초 시장에선 2025년도 기준 16% 선에서 의무비율이 결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4월 신재생에너지법에서 법정 상한이 25% 이내로 규정되긴 했지만, 올해 기준 비율이 9%라는 점을 감안해 연착륙을 위한 소폭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로 한전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RPS 비용 자체 전망자료에서 2025년 16% 비율을 가정해 전망치를 내놨다. RPS는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2%에서 시작해 연간 1~2% 수준에서 간헐적으로 높아졌다.

한전의 RPS 이행 비용은 의무비율이 7%인 2020년 기준 2조2470억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RPS 1%포인트마다 한전이 3200억원 안팎을 부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율이 9%인 올해는 약 2조8890억원, 비율이 25%까지 올라가는 2026년에는 8조원이 넘는 막대한 RPS 이행 비용이 예상된다. 5년 새 5조1000억원가량의 연간 추가 비용이 생긴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력용 유연탄 가격은 t당 209.4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150%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7.34달러까지 올라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LNG 가격도 8월 기준 t당 534.59 달러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 오를 경우 한전의 세전 순이익은 반기 기준 2688억원, 연간 기준 5375억원 증가한다. 단순 계산으로 5년간 RPS 지출 비용이 연간 약 1조원씩 오른다는 한전의 전망을 감안하면 매년 연평균 2% 이상 전기료가 올라야만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지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업부 측은 이에 대해 "그간 의무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 RPS 이행비용 증가액은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신재생에너지 기술 혁신에 따른 발전원가 하락과 프로젝트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의무비율 상한이 RPS 이행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탄소중립 중간 목표치인 온실가스 2030 감축목표(NDC)를 최근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법에 규정된 NDC 35% 목표보다 5%포인트 높은 40%까지 올리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NDC를 4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목표치를 50%로 제시했다.

[백상경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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