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종전선언' 띄우며 美 설득하는 文정부..한미 이견 좁혀질까

노민호 기자 2021. 10. 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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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블링컨 만난 정의용 "종전선언,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
전문가들 "美 반대 안하지만 적극 찬성도 안 해..수용 가능성 낮아"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은 5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약식 회담을 가졌다.(외교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띄우기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고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간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종전선언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종전선언은 대북 관여를 위한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교부는 "양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한미 외교장관이 만난 건 지난달 22일 미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 회담 이후 약 2주만이다. 당시에도 정 장관은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미국 측에 전한 바 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간 종전선언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비롯해 향후 대북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의 입장을 확인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이 정치적인 선언일 뿐이며 한반도 평화로 가는 입구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보여준 기조에 근거해볼 때 '조건 없는 대화'가 선행되고 '비핵화 반대급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29일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의 이름이 '화성-8'형이라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우리 군은 전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북한이 '이중기준·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고, 또한 지난 9월 한 달 동안 4차례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선 조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 조율을 이어왔고, 한미 공조에는 이상이 없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서 우리의 거듭된 '설득' 작업에도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종전선언 시기상조' 입장에 대한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든 지난달 21일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첫 메시지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있다"였다. 미 국방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다.

하지만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힘을 싣는 직접적인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 없다' '외교적 관여' 등 기존 입장만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 교활해지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뒤 이른바 '통남배미'(通南排美·남한과 통하고 미국은 배척) 기조를 보이자 미국은 대북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의 전날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 발표와 관련 "우리는 북한의 거듭된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계속 우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반은 역내 불안정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대북 결의들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 대응에 미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전선언을 추진할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체결 주체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구체화 했지만, 정상 차원에서 참석할지, 아니면 장관급에서 참여할지, 체결 장소는 어디인지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고 미중패권 경쟁 국면이라는 '변수'도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교착 국면이 너무 오래됐고 특히 미중 간 대외환경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 한국의 종전선언 추진에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고 관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종전선언 자체만을 두고 미국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대화 제의 등에 호응하지 않고 있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또 조건을 걸고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인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진 않다"고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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