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의 '팬데믹 재테크'..코로나에도 자산 40% 불렸다
총자산 작년 3.2조弗→올 4.5조佛
1위 베이조스 첫 2,000억弗 돌파
머스크 2위·게이츠 30년만에 2위밖
'암호화폐 억만장자' 7명으로 늘어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슈퍼 리치’에게는 재산을 빠르게 불리는 ‘팬데믹 재테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 속에서 주가는 물론 암호화폐 가격도 고공 행진하면서 이미 부를 가진 이들의 자산 증식 속도가 빨랐던 때문이다.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자산의 지형도가 달라지면서 부동산 거물들이 빠지고 암호화폐거래소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5일(현지 시간) 포브스는 ‘2021년 포브스 400대 미국 부자’ 순위를 발표하면서 이들의 총자산이 전년도 3조 2,000억 달러(약 3,800조 원)에서 올해 4조 5,000억 달러(약 5,344조 원)로 4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순위는 지난달 3일 주가 등 자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매겨졌다. 지난 3년 동안 400대 부자의 자산 마지노선은 21억 달러(약 2조 5,029억 원)로 조사됐으나 올해는 전반적인 부의 증가에 힘입어 29억 달러(약 3조 4,565억 원)로 높아졌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당시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와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지난해보다 220억 달러 늘어난 2,010억 달러(약 238조 7,000억 원)의 순자산을 기록해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 부자 순위에서 개인 자산이 2,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베이조스가 사상 처음이다. 주가 급등에 힘입어 자산을 3배 가까이 불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905억 달러(약 226조 2,000억 원)로 베이조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달 최신 집계로는 이미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머스크는 “베이조스에게 은메달을 수여한다”며 조롱의 트윗을 보낸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역시 지난 1년간 주가가 63% 치솟은 덕분에 3위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하지만 최근 내부 고발자 폭로 등 연이은 악재로 저커버그의 자산은 8조 원가량이 증발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4위로 밀려났다. 게이츠의 순위가 2위 밖으로 벗어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게이츠와의 이혼 과정에서 57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받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추정 자산 63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로 158위에 올랐다. 이어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나란히 5∼6위에 올랐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올해 순위에 처음으로 진입한 44명의 ‘신입 억만장자’ 중 암호화폐 기업가들에 주목했다. 지난해에는 한 명에 불과했던 암호화폐 분야의 슈퍼 리치가 올해 7명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들 7인의 총자산은 551억 달러(약 65조 6,461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암호화폐거래소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CEO가 225억 달러(약 26조 8,110억 원)에 달해 올해 29세로 최연소 부자가 됐다. 지난 4월 상장한 미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프레드 어삼도 신규 진입에 성공했다. 여기에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인 캐머런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 등도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해 1명에 불과했던 암호화폐 관련 슈퍼 리치가 올해 7명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거물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서 밀려났다.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역시 4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400대 부자에 포함된 여성 숫자는 지난해와 똑같은 56명이었고 미 최고 여성 부자의 타이틀은 월마트 상속인인 앨리스 월턴이 7년 연속 거머쥐었다. 이번 순위에서 스스로 회사를 창업하거나 다른 창업자를 도운 자수성가형 부자는 전체의 70%인 282명으로 집계됐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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