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에 반도체 기밀 요구 우려 전달..숨통 틔인 삼성·하이닉스

한지연 기자 2021. 10. 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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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자료 요청에 대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우려를 미국 정부에 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미국과 투자·협력을 계속해야 하는만큼 어느정도 용인할만한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업체 모두 정부와 교류하고 경쟁사들의 입장을 살펴보는 등 다방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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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자료 요청에 대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우려를 미국 정부에 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대만 TSMC도 최근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면담을 갖고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요청한 자료의 범위가 방대하고 영업비밀도 다수 포함돼 있어 국내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로 이해한다"며 "향후 한국 정부의 우려에 대해 관계부처와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부담을 상당히 덜어낸 분위기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고객 정보와 재고, 주문내용 등 사실상의 영업기밀을 제출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두고 고객사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판매전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고객정보와 경영전략 등 극비정보가 유출되는 만큼 우려가 크지만 기업이 직접적인 의견을 표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주면서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기업 입장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을 내기 힘든 만큼 정부가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TSMC가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것이라는 입장도 대만 정부를 통해 흘러나왔다. 대만 현지 언론 타이베이타임스는 "쿵민신 대만 NDCD(대만 국가발전협의회) 장관이 TSMC가 미국에 고객 관련 기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달 8일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료 제출을 압박하고 나선 만큼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사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미국과 투자·협력을 계속해야 하는만큼 어느정도 용인할만한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업체 모두 정부와 교류하고 경쟁사들의 입장을 살펴보는 등 다방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측 요구에 응할 것인가 아닐 것인가는 기업이 전략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영업기밀을 넘겨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사례인데다가 선례가 생기면 미국이 정보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제공하는 선을 고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에 (정보 요구가) 무리한 요구임을 분명히 전하고 자료 제공을 최소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미국 요구를 아예 무시하기 어렵다면 기밀을 제외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인텔 등 미국 경쟁사에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는 비밀 보장 등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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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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