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43% 상추 35% 실화냐?"..고삐 풀린 물가 브레이크가 없다
6개월째 2%대 고공 행진
2012년 이후 최장기간 올라
공급망 차질·원자재값 압력
4분기 추가상승 우려 커져
물가전망 수정한 洪부총리
"올해 2% 안팎으로 잡겠다"
◆ 세계경제 인플레 압박 ◆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2015년 100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로 뛰어오른 뒤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9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11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올해 3분기(7~9월) 물가 상승률은 2.6%로, 2012년 1분기(3.0%)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9월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유가 영향이 컸다. 유가 상승 여파에 공업제품 물가가 전년 대비 3.4% 오르면서 2012년 5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7.7%), 경유(23.8%), 휘발유(21.0%) 가격이 대폭 올랐다. 9월 농축수산물 물가도 전년 대비 3.7% 올랐다. 세부적으로 달걀(43.4%), 상추(35.3%), 돼지고기(16.4%) 등이 많이 올랐다. 서비스 물가 역시 지난해보다 1.9% 상승했다. 특히 전셋값이 전년 대비 2.4% 상승하며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4분기 물가가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10월 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선 8년 만에 인상된 전기료가 10월부터 적용되면서 공공요금 물가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9월만 봐도 전기료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0.3%, 도시가스는 0.1%로 공공요금이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그나마 낮춰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제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정부의 국민지원금 및 상생소비지원금 지급이 본격화하면서 소비가 확대되는 것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세적 인플레이션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경고까지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유가 등 공급 쪽 상승 요인이 단기간 해소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4분기에도 2% 중반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며 "특히 10월에는 전기료 인상과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세적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정부도 4분기에 물가 상승 요인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급망 차질, 국제 유가 상승폭 확대 등 공급 측 요인이 장기화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폭 확대를 경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연간 1.8%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솔직히 달성이 쉽지 않다"며 "2% 전후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차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의 말대로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 안팎을 기록한다면 이는 2012년의 2.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정부는 4분기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고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 분위기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재부에 11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지만 홍 부총리는 "11월 도시가스 인상은 없다"며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공공요금은 하반기 가능한 한 동결하고 꼭 해야 하면 내년으로 분산하겠다"며 "2% 선에서 물가를 잡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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