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위드코로나' 앞두고 2년 만의 '레드카펫'..개막작은 임상수 감독 '행복의 나라로'

부산|유경선 기자 2021. 10. 6. 17: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임상수 감독 “‘돈·죽음’ 전작과 비슷…다른 죽음 만날 것”

2021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상영작이 예년의 70% 정도로 줄긴 했지만 영화제가 대폭 축소됐던 지난해에 비하면 사실상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70개국 223편의 작품이 향연을 펼칠 예정이고, 칸·베를린·베니스에 초청된 화제작들이 관객을 만난다.

올해 영화제는 코로나19 ‘뉴 노멀’을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상영관이 영화의전당 한 곳뿐이었지만 올해는 6개 극장 29개 스크린이 관객을 맞는다. 개·폐막식과 오픈토크·야외무대인사·스페셜토크 등 야외행사도 작년엔 건너뛰었지만 올해는 방역지침 준수 아래 치러진다.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다. 장기 복역수 죄수번호 203(최민식)이 탈옥수가 되어 남식(박해일)과 벌이는 도주기다. 오랜 기간 감옥생활을 한 203은 어느 순간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직감한다. 감옥에서 죽기 전에 딸을 만나고 싶다. 남식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 약값이 너무 비싸 여러 병원의 일자리를 전전하며 약을 훔쳐서 살아간다.

최민식 배우(왼쪽부터), 임상수 감독, 박해일 배우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촬영에 응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03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 탈출 기회를 만난다. 마침 남식은 절도 사실이 발각된 참이었다. 얼떨결에 두 사람이 함께 도망길에 오른다. 203과 남식은 뜻하지 않게 별안간 돈벼락을 만난다. 윤여사(윤여정)가 만지는 ‘검은 돈’이 이들에게 굴러들어온다. 미심쩍은 돈처럼 보이지만 일단 쓰고 싶은 만큼 써보기로 한다. 악착같이 돈을 되찾으려는 윤여사의 종복들이 203과 남식을 뒤쫓고, 두 사람은 불한당과 경찰을 번갈아 상대한다.

남식과 203은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지만 헤어지지 않는다. 대신 서로의 처지를 돌봐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도망길은 시골 국도, 한적한 산골 가정집, 물안개가 아름다운 산속 호수, 젊은이들이 가득한 공연장 등을 거쳐간다. 이들의 여정은 긴장과 해소를 거듭하며 이어진다. 그때쯤 관객은 <행복의 나라로>라는 작품의 제목을 떠올리게 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임상수 감독과 배우들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시사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는 탈옥한 죄수번호 203(최민식, 오른쪽)과 절도범죄를 저지른 남식(박해일)이 윤여사(윤여정)의 검은 돈을 갖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행각을 그린 로드무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날 오후 언론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상수 감독은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마주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그런 느낌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작 <돈의 맛> <하녀> 등에서처럼 ‘돈과 죽음’을 다룬 것으로 읽힌다는 질문에 “돈과 죽음이라는 요소가 전작과 연관되기는 하지만 확연히 다른 종류의 영화”라며 재차 ‘죽음’을 말했다. 또 “(인물들이) 돈의 행방을 놓고 열심히 뛰지만 결국 돈을 누가 차지했는지는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배우 최민식은 “(박해일의) 작품에서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오래전부터 (함께) 작품을 해온 느낌을 받았다”며 “익숙했고, 저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해일은 “(최민식과) 함께하는 현장이라면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로드무비라는 장르는 낯설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해보고 싶은 장르였다”고 했다.

영화제가 2년 만에 기지개를 켰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곳곳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영화제 관계자와 언론인, 관객들은 장소를 옮겨 다닐 때마다 각각 다른 번호의 ‘안심콜’을 통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질문자가 바뀔 때마다 마이크를 새것으로 교체했고, 장갑도 착용하도록 했다.

안성기 배우(왼쪽부터), 장현성 배우, 임권택 감독, 유현경 배우, 예지원 배우 등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전당 인근 APEC 나루공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숲 조성 행사에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식은 이날 오후 7시10분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2500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올해는 좌석을 띄어앉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개막식장 입장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사회는 배우 박소담·송중기가 맡았다.

2년 만에 열린 현장 개막식에 시민들은 레드카펫 주위에 모여 배우와 감독 등 관계자들을 반겼다. 봉준호·임상수 감독과 배우 안성기·최민식·박해일·최희서·전여빈·한소희 등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배우 송중기는 “바로 앞에서 소통할 수 있어 더욱 반갑다”고 했고, 배우 박소담은 “영화제가 위로와 위안이 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안영화인상은 임권택 감독이 받았다. 임 감독은 “1960년 초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100여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아직도 스스로 완성도가 어지간하다는 영화는 찍어보지 못했다”면서도 “지금 나이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살았다는 게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자 고(故) 이춘연 전 씨네2000 대표에게는 한국영화공로상이 수여됐다.

이번 영화제에는 <아네트>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레오스 카락스와 <드라이브 마이 카>로 각본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가 참석한다. 카락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준 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마스터클래스를 갖고, 하마구치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대담을 갖는다.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 쥘리아 뒤쿠르노의 <티탄>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화제작들이 상영된다. 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폐막작은 렁록만 감독의 전기영화 <매염방>이다.

부산|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