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난타전'에 기회 엿보는 안철수
반문vs친문 '진영 정쟁' 앞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시도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고발 사주 의혹부터 대장동 개발, 손바닥 속 '왕(王)'자까지 여야 대권 후보들이 잇따라 의혹과 구설에 휩싸였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후보 사퇴'라는 최악의 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양당 수뇌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선판의 '주연'들이 검증 과정에서 위기에 휩싸이면서, 대선판의 '조연'으로 여겨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여야 모두에 속하지 않아 정치색(色)이 옅다는 안 대표의 약점이, 진영정치에 염증을 느낀 무당파와 중도층을 끌어 들이는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로 넘어 수사로...혼탁해진 여야 검증대
내년 3월 대선까지 약 150일. 여야 모두 대권 후보를 내기 위한 치열한 경선에 돌입했다. 여당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야당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전 대표 등이 검증대에 올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온갖 의혹들이 터져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치판의 가장 큰 화두는 '대장동'이다.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야권의 전·현직 의원들이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야당은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의 최측근이었다고 주장하며 이 지사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재임 시절 '고발사주' 의혹에 휩싸였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담긴 고발장을 전달하며 형사고발을 사주한 정황이 포착됐는데, 이 과정에 윤 전 총장의 연관성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모두 '정치공작'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의혹이 불거졌단 수준 만으로 두 후보 이미지에는 금이 갔다.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대선 후보가 포토라인에 서는 최악의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박 터지는 여야 '고래 싸움'에 '제3지대' 부상
여야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부정부패 이슈에 휘말리면서 대선판은 혼탁해졌다. 우선 각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이 빠르게 결집하면서 지지율 역전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판에 실망해 여야 두 선택지 모두를 놓아버리는 '무당파'와 중도층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제3지대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철수 대표에겐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안 대표는 한 자릿대 지지율에 머무는 '조연급 후보'로 분류됐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백지화된 뒤 안 대표의 존재감이 더 미미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양당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의혹과 구설에 휩싸인 상황이 안 대표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안 대표가 어느 한 진영에 속하지 않았다는 게 강점이 되고 있다. 소위 모든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모두까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에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 이 지사를 직격하면서 국민의힘도 비판했다. 그는 "화천대유 대장동 게이트의 모든 풍향계는 최종 결정권자이자 스스로 설계자였다고 고백한 이재명 지사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소속인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쉬쉬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 수나 있는 정당인가"라고 지적했다.
安 '체급' 키워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도
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실용과 청렴을 내세운 안 대표가 존재감을 키울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안 대표가 당장 여야 후보를 따라잡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른바 '반문'과 '친문' 간 이념 대결 양상을 띤 대선판을 뒤집으려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등 추가적인 정치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를 둘러싼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철수 대표의 도덕적 수준이 더 높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분명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는 분명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현재 양당의 지지자들이 도덕이나 청렴이 아닌 진영논리로 표를 던지고 있어 제3지대에서 반전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존재감을 조금씩 더 끌어올리다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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