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한 바이러스'를 고집하는 이들에게

이재호 2021. 10. 6. 17: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증후군출혈열의 원인을 규명했다."

'한국형 출혈열'로 불렸던 이 괴질은 1976년 이 교수가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확인한 뒤에야 정체가 확인됐다.

60년 전 신증후군출혈열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이 한국이고, 원인을 규명한 학자가 한국인이었을 뿐 바이러스는 인구가 밀집한 곳이면 어디에서나 유행할 수 있고, 인구 이동에 따라 확산할 수도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벨위원회가 4일(현지시각) 스톡홀름에서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이들의 사진과 연구 분야를 스크린에 비추고 있다. 데이비드 줄리어스(스크린 왼쪽 위 사진)와 아뎀 파타푸티언(오른쪽 위) 등 미국인 2명은 온도와 압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체내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증후군출혈열의 원인을 규명했다.”

지난 4일 한국 사회가 들썩였다. 학술논문 인용 수 등을 분석해 노벨상 후보자를 예언해 온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한국인 이호왕 교수를 꼽았기 때문이다. 이 예언은 맞지 않았다. 상의 영예는 온도와 촉각 등 ‘감각의 비밀’을 밝혀낸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 교수에게 돌아갔다.

‘첫 한국인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교수의 연구는 세간에 다시 회자했다. 이 교수가 발견한 바이러스의 연원은 한국전쟁 때인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 철원 지역에 주둔하던 유엔(UN)군 수천명이 ‘괴질’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형 출혈열’로 불렸던 이 괴질은 1976년 이 교수가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확인한 뒤에야 정체가 확인됐다. 이 교수는 이를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이 교수는 1981년 봄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잡은 집쥐에서 출혈열을 유발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를 발견해 ‘서울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서울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들쥐뿐 아니라 집쥐도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출혈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하지만 지금은 한탄 바이러스나 서울 바이러스보다는 증상인 ‘신증후군출혈열’로 많이 부른다. 바이러스가 최초 발견된 지역명을 감염병 명명에 이용하는 일이 특정 국가와 사람들에게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감염병 명명 원칙을 정비해 감염병 이름에 지역명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한탄 바이러스와 서울 바이러스는 지금도 감염될 수 있다. 2017년 미국에서 반려동물인 집쥐를 통해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중국에서 확진자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선 코로나19에 이어 신증후군출혈열이 확산할 것이란 괴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감염 원인의 책임을 한국인에게 돌리지는 않는다. 60년 전 신증후군출혈열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이 한국이고, 원인을 규명한 학자가 한국인이었을 뿐 바이러스는 인구가 밀집한 곳이면 어디에서나 유행할 수 있고, 인구 이동에 따라 확산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여전히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일부 보수 인사들과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생각을 돌이켜볼 지점이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