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막는 폐 특유의 면역계, 작동 원리 알아냈다

한기천 2021. 10.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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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조직 상피세포가 MHC-Ⅱ 이용해 '상주 기억 T세포' 제어
미국 보스턴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NK세포 NK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표면의 MHC-Ⅰ 단백질이 줄어드는 걸 표적으로 공격한다. 이식 환자의 경우 공여자의 MHC-Ⅰ 단백질만 제거해선 거부 반응을 피하지 못한다. NK세포의 공격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폐의 면역계는 각종 폐 질환을 퇴치하는 데 꼭 필요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물론이고 폐렴, 폐암, 천식 등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폐 면역은 전신 면역(systemic immunity)과 다르며, 폐 면역의 생성과 조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선 밝혀진 게 별로 없다.

보통 생물의학 연구의 초점은 전신 면역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였던 폐 면역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미국 보스턴의대(BUSM)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전체적으로 폐 면역을 조직하는 건 폐 조직의 상피세포였다.

이 과정에서 MHC-Ⅱ(주조직 적합성 복합체 Ⅱ형)가 폐 안에 상주하는 기억 T세포(TRM)의 위치와 기능을 제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MHC는 관련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군을 말하며, 인간은 누구나 서로 다른 MHC 대립형질을 갖고 있다.

MHC 단백질은 크게 Ⅰ형과 Ⅱ형 두 가지로 나누는데, T세포는 모든 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MHC-Ⅰ형 단백질을 보고 자기 세포인지, 침입 세포인지를 식별한다.

MHC-Ⅱ형 단백질은 B세포, 대식세포 등 특정 면역세포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대식세포는 침입 항원을 삼켜 없앤 뒤 남은 찌꺼기를 MHC-Ⅱ형 단백질로 보여주며, B세포나 헬퍼 T세포(helper T cell)는 이를 보고 침입 항원을 식별한다.

조지프 미즈거드(Joseph Mizgerd) 의학 미생물학 생화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활성화된 T세포 면역반응 MHC-Ⅱ(적색)와 T세포 수용체(청색), CD4(연청색) 등의 상호작용으로 활성화한 T세포 면역 반응 그래픽. CD4와 MHC-Ⅱ는, 각각 T세포 수용체의 항원 식별을 돕는 T세포와 항원 제시 세포에 의해 발현된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 재판매 및 DB 금지]

논문의 교신저자인 미즈거드 교수는 "일반적으로 폐의 상피세포는 호흡 기능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MHC-Ⅱ는 면역세포와 면역세포를 중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면서 "폐 상피세포의 MHC-Ⅱ가 TRM 세포의 위치와 역할을 지시한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동물 모델의 폐 상피세포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험한 모든 유형의 세포에 MHC-Ⅱ 단백질이 나타나고, 감염이 생기면 그 발현도가 높아진다는 걸 확인했다.

지금까지 MHC-Ⅱ는 CD4(세포 표면 항원 무리 4) 양성 T세포의 학습에 관여한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CD4는 헬퍼 T세포, 대식세포, 단핵구, 수지상세포 등과 같은 면역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을 말한다.

그런데 배양 세포에 실험해 보니, 폐 상피세포는 MHC-Ⅱ를 이용해 T세포에 어떤 행동을 할지 지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에 미리 반응하는 것이었다.

폐 상피세포에서 MHC-Ⅱ의 발현을 차단하면 폐에 나타나야 할 CD4 양성 T세포의 수와 유형, 위치 등에 교란이 생겼다.

하지만 혈액에선 이런 T세포 교란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특정 폐 세포, 즉 폐 상피세포가 폐의 전체 면역 작용을 지휘한다는 걸 시사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아누쿨 쉐노이 박사후연구원은 "폐 상피세포는 CD4 양성 TRM 세포의 적절한 위치와 감염 퇴치 등을 지시하는 일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호중구 유도를 따라가는 '바이러스 특이' CD8+ T세포 [저널 '사이언스'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발견은 여러 가지 폐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폐에 상주하는 기억 T세포는 폐렴 차단 외에도 암을 퇴치하고 천식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선 부수적으로 몇 가지 의미 있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첫째는 폐의 다른 면역 관련 분자들이 MHC-Ⅱ에 의존해 상피세포 표면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들 분자는 세포 표면에서 다른 세포들과 상호작용해야 면역계의 지시를 이행할 수 있다.

둘째는 폐 상피세포에서 MHC-Ⅱ가 결핍되면 폐 면역계에 변화가 생겨 일명 '면역 관문 억제 치료(checkpoint inhibitor therapies)'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MHC-Ⅱ에 의존해 세포 표면으로 이동하는 분자 가운데 하나가 이 면역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즈거드 교수는 "면역 관문 치료의 부작용이, 폐 상피세포의 면역세포 유도가 억제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폐 상피세포의 이런 면역 조절 능력은 당연히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암이나 폐렴 환자는 TRM 세포의 방어 기능을 가동하고, 천식 환자는 필요한 만큼 중지하는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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