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A 보은인사' 역풍..기시다 내각, 지지율 최저 수준으로 출발

박은하 기자 2021. 10. 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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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신임 총리가 지난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각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출발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를 도와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람들을 대거 중용하며 보은 인사를 한 데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정권 배후에는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전 부총리,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이란 ‘3A’가 있다는 평가에 따른 역풍인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집권 초 지지율 상승세를 바탕으로 오는 31일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4~5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나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5%,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였다. 정권 출범 후 첫 지지율로는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때 이후 가장 낮았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6%로 스가 내각 첫 지지율(74%)보다 18%포인트나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9%로 나타났다. 이 신문의 역대 조사 중 아소 내각(53%)과 후쿠다 내각(59%)에 이어 소수점 차로 역대 세 번째로 낮았다. 앞서 공개된 마이니치신문과 일본 사회조사연구센터의 공동조사에서 지지율은 49%로 아소 다로 내각(4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아베 정권 주요 인사와 측근들이 당 요직과 내각에 포함된 것이 낮은 지지율의 주된 요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가 선거전에서는 ‘다시 태어난 자민당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베 정권 인사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저조한 지지율은 아베·스가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거리감 때문이란 것이다.

특히 비리 혐의를 받는 아마리를 당 간사장에 임명한 것은 시민들의 쇄신 요구를 거부한 상징적 인사라고 평가받는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아마리 간사장 임용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48%로 긍정적 평가(30%)를 크게 앞질렀다.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도 긍정적 평가는 41%에 불과했다. 아마리 간사장은 아베 정권 시절인 2016년 정부와 토지보상협상을 벌이던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제재생상직을 사퇴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기시다 총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양대 파벌인 아소파와 호소다파의 연합을 주도했다. 간사장 임명은 이에 따른 보은인사로 풀이된다.

자민당의 한 각료 출신 인사는 “아마리의 정치와 돈이 지지율을 10%는 깎아먹었다”고 평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를 지지한 한 참의원은 “아베, 아소 두 사람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인사에 유권자들이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케 아키라 공산당 서기국장은 “자민당은 다시 태어나겠다면서 아마리 간사장을 기용했다”며 “전혀 반성없는 정당이란 점을 알기 쉽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31일에 총선거 투·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 선출 후 역대 최단 시간에 의회를 해산하는 것이고 해산 후 투표일까지의 기간도 17일로 가장 짧다. 이는 새 내각 출범 초기에 지지율이 오르는 소위‘축하장세’에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으로 내각 출범 직후의 기대감에 편승해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점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여당에서는 중의원 선거 결과를 두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고노 다로 당 홍보본부장을 정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에서는 선거구마다 1대1 구도를 만들어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야당의 지지율도 딱히 오르지 않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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