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행복의나라로' 떠난 최민식·박해일 해피엔딩

조연경 기자 2021. 10. 6. 17: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리뷰
| 칸2020 오피셜 셀렉션(Official Selection) 선정, 2년만 국내서 첫 공개
| 임상수 감독 6년만 신작, 최민식·박해일 인생 열연 눈길
출연: 최민식·박해일·조한철·임성재·이엘·윤여정
감독: 임상수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1분
개봉: 미정
줄거리: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인생의 마지막 행복을 찾기 위한 특별한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

임상수 감독의 복귀작, 최민식과 박해일의 첫 호흡, 그리고 제73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는 다양한 기대 문구로 소개됐던 영화 '행복의 나라로'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드디어 첫 선을 보였다.

6일 치러지는 개막식 전 프레스 시사를 통해 최초 공개된 '행복의 나라로'는 지난 2019년 10월 촬영을 마쳤고, 이듬해인 2020년 칸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칸에서도, 국내에서도 영화를 공개하지는 못했다.

아쉬운 기다림 끝 '찬스'는 또 찾아왔다. 역시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해 오프라인 행사를 치르지 못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행복의 나라로'를 놓치지 않고 올해 개막작으로 낙점한 것. 이는 2년만 개최에 개막부터 힘을 실어야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칸국제영화제에 버금가는 첫 소개 자리를 필요로 했을 '행복의 나라로'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가 됐다.

앞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행복의 나라로'에 대해 "영화의 작품성, 대중적 호소력, 연출, 배우의 역량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개막작으로 고마운 영화다"고 전했다.

"끝까지 같이 가요"

공개된 '행복의 나라로'는 앞선 여러 작품에서 '돈'을 주요 소재로 활용했던 임상수 감독 특유의 색깔을 바탕으로, 깊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무겁지만 또 담백하게 완성돼 왜 칸과 부산의 선택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 증명한다.

이번 영화에서 최민식은 교도소 복역 중 인생 마지막 행복을 찾아 뜨거운 일탈을 감행하는 죄수번호 203, 박해일은 203의 특별한 여행에 얼떨결에 동참하게 된 남식 역을 맡아 역대급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였다.

영화는 오랜 복역 끝 출소만 기다리고 있던 203이 뇌종양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탈출을 계획하고,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지만 값비싼 약값을 치르지 못해 병원마다 돌아다니며 필요한 약을 훔쳐 생을 연명하던 남식의 첫 만남 기준 3일 전과 후를 그린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인생의 벼랑 끝에서 손을 잡게 된 두 남자는, 의도치 않게 거액의 돈까지 훔치게 되고, 돈의 주인과 경찰 모두에게 뒤쫓긴다. 상황이 주는 유쾌함을 즐기고, 짧은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며 알게 되는 서로의 인생에서 공감과 연민을 나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는 203은 유일한 목표인 '딸'과 '바다'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줄을 붙잡고, 남식은 갑자기 손에 쥐게 된 거액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203을 밀고 이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꽤 깊은 브로맨스가 재미와 몰입도를 동시에 높이기도 한다.

흡사 임상수 감독 개인의 로망을 쏟아부은 듯, '행복의 나라로'는 중년 남성들이 애환과 한 번쯤은 꿈꿨을 일탈을 동화처럼 담아냈다. 신파는 없고 연민도 땅굴을 파고 들지는 않아 깔끔하다. 어느 순간 티격태격 좌충우돌을 응원하게 만든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난 최민식과 박해일은 첫 케미라는 설명이 낯설 정도로 시작부터 익숙한 어울림을 뽐낸다. 로드무비 성격인 만큼 멀쩡한 비주얼로 등장하는 장면이 한 컷도 없을 정도지만 주름마저 연기하는 날 것의 이미지는 반가우면서도 귀엽다.

특히 최민식은 자연인의 모습으로 삶에 대해 득도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울고 웃고 울고 웃는 극과 극 감정을 반복해 명배우의 힘을 다시 확인시킨다. 몸도 마음도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는 옥상 신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와 비견되는 분위기로 순간 소름을 쫙 끼치게 만든다.

박해일의 존재감도 가히 신의 한 수. 자칫 오글거리게 흘러갈 수 있는 대사, 내레이션을 박해일은 특유의 덤덤한 목소리와 차분한 이미지로 상쇄시키며 예상 못 한 설렘까지 남긴다. 203과 단 한 번 다투는 신에서 남긴 비속어 한마디는 두고두고 기억될 명대사다.

또한 특별출연한 '오스카 퀸' 윤여정은 오로지 침대에 누운 모습만 여러 컷 등장하지만 짙은 메이크업과 입만 열어도 풍기는 강렬한 아우라, 귀에 쏙쏙 박히는 명학한 딕션으로 영화에 큰 도움을 선사한다.

탁 트인 바다와 마주하는 영화의 엔딩은 보는 이들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열린 결말은 아니지만,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에 묘하게 공존한다. 어떤 감정으로 쏠리든 관객마저 행복의 나라로 초대할 '행복의 나라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