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BIFF' 최민식·박해일·임상수의 유쾌한 동행..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박정선 기자 2021. 10. 6. 16:52
죽음을 향해 가는 동행인데도 유쾌하다. 묘한 매력을 지닌,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임상수 감독)'다.
'행복의 나라로'는 6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시사를 통해 첫 공개 됐다. '행복의 나라로'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특별한 동행을 하는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로드무비다. 제73회 칸 영화제 '2020 오피셜 셀렉션'에 선정된 바 있는 이번 작품은 임상수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신작이자 네 번째 칸영화제 초청작이다. 최민식과 박해일을 필두로 조한철·임성재·이엘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돈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기다리거나, 죽음을 피하려는 두 남자가 예상치 못하게 '돈'과 만나며 겪는 사건 사고를 따라간다. 어두워 보이는 소재이지만, '행복의 나라로'는 제목처럼 불행보단 행복에 가까운 모습으로 돈과 죽음을 쥐고 있는 두 남자를 그려낸다. 우리 사회의 본질을 매섭게 꿰뚫어온 임상수 감독은 다분히 그다운 소재를 선택하면서도 그답지 않게 착한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가 선량하고 착한 면이 있다. 사실 나도 알고 보면 선량하다"며 웃어 보인 임 감독은 "나이가 들며 죽음에 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과는 다른 종류의 영화다. 다른 종류이지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최민식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죽음이라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옆 사람에겐 끔찍한 일이다. 이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나이가 됐다. 그래서 죽음에 관해 다뤘다"며 '행복의 나라로'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죽음과 함께 돈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종류의 영화를 찍든 영화 속 인물들은 돈을 가지고 씨름을 해야지 관객도 재미를 느끼고 와 닿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임상수 감독은 돈을 쥐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여정에 최민식·박해일과 동행했다. 두 배우는 의심할 바 없다. 최민식은 최민식답고, 박해일은 박해일답다. 전작 '천문'에서 배우 한석규와 기대 이상의 브로맨스로 호평받은 최민식은 이번에는 박해일과 그 못지않은 호흡을 만들어냈다. 박해일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남식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로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좋은 케미를 빚어낸다.
최민식은 "특별히 노력한 건 없다"면서도 "다른 작품을 통해 좋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어선지,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오래전부터 해왔던 느낌을 받았다.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둘 사이에 술병이 많이 쌓였다. 10번 중 8번은 몽롱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케미스트리의 비결을 전하면서 "정말 익숙해서 저도 신기했다. 영화의 결과야 관객분들이 판단하겠지만, 작업하는 과정은 정말 즐거웠다"고 했다.
"'최민식 선배와 언젠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 지 15년이 넘었다"는 박해일은 "이번 기회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었다. 로드무비 장르가 낯설지만 언젠간 해보고 싶었다. 거기에 최민식 선배와 함께한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 그리고 최민식 선배와 숙소를 잡아서 치열하게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을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 "제시간보다 30분 먼저 오시는 최민식 선배를 보고 저도 항상 빠르게 오려고 했다. 선배의 호흡 하나에도 최대한 액션을 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행복의 나라로'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해운대와 남포동 등 부산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70개국 223편의 영화가 초청돼 관객과 만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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