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외무상·총리 못 만난 강창일 주일대사 '자질' 놓고 공방(종합)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6일 화상 방식으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창일 대사의 적격성을 따지는 야당 의원들과 강 대사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외교부 1차관 출신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비례대표)이 강 대사가 지난 1월 부임 이후 일본 외무상과 총리를 만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됐던 과거의 강 대사 발언까지 거론하면서 대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최근 퇴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한국 법원의 위안부·징용피해자 배상 판결로 악화한 양국 관계를 반영해 강 대사와 면담하는 것을 피했다.
스가 정권은 이들 현안을 풀 구체적인 방안을 한국 정부가 내놓기 전에는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질의에 나선 조 의원은 "지금 한일 관계가 최악인가"라고 말문을 열었고, 강 대사는 "(자신의 부임 전인 작년에 비해) 분위기는 좋아졌다"고 답했다.
강 대사의 답변이 나오자마자 조 의원은 한국 대사가 일본 외무상과 총리를 만나지 못한 것은 "처음 아닌가"라며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이 강 대사 개인의 책임이 크다는 쪽으로 몰아갔다.
조 의원은 강 대사가 부임하고 나서 "실적이 안 나고 있다"며 제대로 일을 못 하는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강 대사는 노기 띤 목소리로 한일 간의 현재 갈등 구조는 "한 사람의 힘으로 풀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총리와는 일정을 조율 중이고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대사는 또 부임한 뒤 각 당 대표들을 만나고 전직 총리들과도 만나 인사를 나눴다며 실적이 없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일 대사와 일본 정부의 관계는 두 나라 정부 관계보다 좋아야 정상"이라며 강 대사가 부임해 양국 관계에 "플러스가 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한층 목소리가 거칠어진 강 대사는 "증거가 많이 있다"고 맞대응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거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은 채 성과를 내려고 하던 차에 "스가 정권이 1년 만에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강 대사가 야당 의원 시절이던 2011년 5월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를 방문했을 당시의 발언과 관련해 부임 전인 지난해 12월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했다는 해명 발언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북방영토는 러시아가 사할린주(州)에 편입해 실효 점유 중인 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 등 남쿠릴 4개 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부르는 말이다.
옛 소련은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한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에 전격 참전한 뒤 1945년 8월 15일의 일본 항복 선언 직전에 이들 섬을 점령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일본과 합의한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4개 섬 가운데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넘겨주기로 했지만 여전히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다.
강 대사는 부임 전의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쿠나시르를 방문했을 때 취재진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북방영토는 러시아 영토' 발언에 대해 "러시아에 빼앗겨 점유(占有)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잘 전달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강 내정자가 "(방문한 것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 (러시아) 점유 상황을 시찰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면서 일본 쪽에선 갈 수 없어 사할린 남부인 유즈노사할린스크를 거쳐 방문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를 거론하면서 북방영토에는 "왜 갔느냐"고 다시 따졌고, 강 대사는 당시 독도영토대책수호위원장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점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면서 "주권 국가의 국회의원이 간 것이 뭐가 문제냐"라고 되물었다.
강 대사는 이어 "독도는 일본이 패전하면서 되찾아온 땅이고, 북방영토는 일본이 패전해서 빼앗긴 땅이라고 얘기했다. 그것은 역사적 팩트(사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은 뭐냐"고 따졌고, 강 대사는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조 의원은 "강 대사는 러시아가 일본 땅을 빼앗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건 당장 한·러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 대사는 "국회의원 시절에 한 얘기다. 지금 얘기하는 게 아니고…"라고 한층 더 목소리를 높였고, 이광재 외교통일위원장이 개입해 강 대사에게 "조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말하면서 양자 간 공방전이 일단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추가 질의에서 강 대사에 대한 일본 측의 푸대접 논란이 재연됐다.
정진석 의원(국민의힘)은 일본 정부가 강 대사를 의도적으로 기피한다고 주장하면서 주일 대사로 임명된 것이 '적재적소'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자극했고, 강 대사는 "그건 의원님 생각이다. (일본 측이) 친절하게 잘해준다"라고 되받아쳤다.
이어 질의에 나선 같은 당의 박진 의원도 "모테기 외무상이 강 대사를 면담하지 않은 이유가 바빠서라고 했다는데, 일본 외무상이 바빠서 못 만날 정도로 (한국 대사의 지위가) 바닥으로 간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강 대사는 잔뜩 화난 표정으로 "정의용 장관이 전화했는데도 (모테기 외무상은) 3개월간 회신도 안 했다"며 한일 관계가 무너진 것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도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이전 정권부터 여러 이슈가 쌓인 결과라는 견해를 밝혔다.
야당 의원들의 잇단 비판과 강 대사의 반박성 발언이 충돌해 화상으로 연결된 국감장이 어수선해진 가운데 여당 소속인 이상민 의원이 "적재적소 인물이고, 훌륭한 분이다. 그걸 증명 좀 해달라"고 강 대사를 두둔하는 것으로 확전을 막았다.
강 대사는 국감 말미 인사말을 통해 일본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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