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실수요자 어려움 없어야"..고승범, 고강도 부채대책 시사(종합2보)

노희준 2021. 10. 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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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정감사] 금융위원회
"전세대출 등 실수요대출도 상환범위내 관리해야"
대통령 지시에 미세조정 묘수 필요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 1.2→0.6% 검토
대장동 의혹에는 검경 수사 중이라며 즉답 피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이승현 황병서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이달 중순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대책에 강도높은 대출 죄기 대책을 포함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이라도 차주 상환능력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전세대출 등을 거론하며 실수요자 어려움 최소화를 주문해 막판 미세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세대출·집단대출 줄여야 목표 달성”

고 위원장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6.9%로 상정하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도 조여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가”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러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못박았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대로 된 구두개입 한번이 없다가 왜 갑자기 전격 작전하듯 가계대출 감축을 추진하느냐”고 따져도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고 위원장은 “코로나19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이 실물경제 악화 방지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늘어난 부채에 따른 자산시장 과열을 막는 게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가계대출은) 8월까지 계속 많이 늘어난 게 맞고 9월에도 줄긴 줄었지만 많이 줄진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속보치 자료를 보면, 7월 중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15조3000억원, 8월에는 8조5000억원 각각 늘었다. 고 위원장은 하지만 가계대출이 줄었다고 보지 않았다.

7월 말 기업공개(IPO) 효과가 있어 7월에 12조원, 8월에 11조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는 판단이다. 9월 가계대출 잠정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전세대출에 결국 제한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당국이 증가의 주범 중 하나인 전세대출을 이대로 두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까지 전세대출 증가액은 올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51.5%를 차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해 당국이 막판 실수요자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기숙사형 청년주택 전세대출 제도 개선을 보고받은 뒤 이처럼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출규제와 관련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승범(가운데) 금융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도규상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은행의 전세대출 억제책 ‘주목’

고 위원장은 실수요자 보호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단대출과 전세대출 등은 실수요자 대출로 보호해야 한다”며 “(추가 가계부채 대책은) 10월 중순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실수요자 대출의 관리 가능한 수준을 은행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고 취약 차주를 개별적으로 파악해 보완대책을 마련 중이다.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방안으로는 최근 KB국민은행의 억제책이 주목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전세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전세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었다면 2억원으로 전세대출을 제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최대 전세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이 대출 한도였다. 이 방안은 전세대출의 보증금 목적 외 ‘빚투’ 등 다른 사용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고 위원장은 이와 함께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필요성도 밝혔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차주가 사전에 약속한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경우 금융기관에 물어야 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그는 “정책금융에 왜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느냐”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정책금융기관의 정책 모기지는 지금 월별 상환액이 많이 감소해 잔액증가 속도가 빠른 상황”이라며 “최대 1.2%인 정책 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를 0.6%로 낮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시중은행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폐지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단기투자 목적의 대출이 늘 수 있고 자금 미스매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 위원장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연이은 질의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로부터 약정된 수수료 외 10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검경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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