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 스스로 성 정체성을 정한다

이두형 2021. 10.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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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성 정체성이 더욱 보장받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트렌스젠더와 같은 성 소수자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하면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이름을 정한다는 것은 개인의 성 결정권을 상당 수준 존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교육 당국이 성 소수자, 특히 트렌스젠더 학생들의 성 결정권과 관련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지난해 말 일어났던 한 학생의 자살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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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 새 지침 통해 교내서 사용할 이름을 학생 스스로 정하게

기숙사와 화장실, 탈의실 등 사용에서도 성 정체성 반영되도록

지난해 말 치마 입었다고 등교 거부당한 학생의 자살이 변곡점으로

미성년은 학부모의 동의받도록…"새로운 문제 일으킬 것" 우려

프랑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성 정체성이 더욱 보장받을 전망이다. 생물학적 기준이 아닌 본인이 추구하는 성 지향에 따라 교내 성적 지위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트렌스젠더와 같은 성 소수자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앵포와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교육 당국은 지난 9월 30일 교육부 공보(Bulletin official de l’Éducation nationale)를 통해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며 트렌스젠더와 같은 성 소수자 학생들의 성 결정권을 더욱 보장한다고 밝혔다. 출생 시 부여되는 생물학적 성이 아닌 학생 개인이 추구하는 성 정체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지침은 “중립과 평등의 기본원칙 위에 마련된 공공 서비스로서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하고 학생 개인의 통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 당국의 방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출석부와 도서관 카드, 교육 포털 사이트 등에서 사용할 이름(prénom)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모든 이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성을 제외한 이름은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된다. 이를 고려하면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이름을 정한다는 것은 개인의 성 결정권을 상당 수준 존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 아니라 복장 규제와 화장실, 탈의실, 기숙사 또한 어느 성별로 따를 것인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계획이다.

학교의 상황에 따라 해당 지침 적용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기숙학교의 경우, 기숙사는 개인의 성 정체성을 고려한 배정이 이뤄지면서 공용 세면실이나 탈의실의 경우 이용 시간 조정 등을 통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교육부는 학장과 교육감, 학교장 등 교육계 관련 인사들이 해당 주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면 미성년자 학생들의 경우 부모 모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게티이미지

프랑스 교육 당국이 성 소수자, 특히 트렌스젠더 학생들의 성 결정권과 관련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지난해 말 일어났던 한 학생의 자살이 크게 작용했다.

르몽드의 지난해 12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북부 릴(Lille)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트렌스젠더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세의 트렌스젠더였던 푸아드(Fouad)는 앞서 12월 15일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프랑스앵포와 LCI 등 해당 사건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보도를 보면 푸아드는 치마를 입고 등교했는데 학교 측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있고 난 뒤 사회관계망에서는 해당 학생과 교내 관계자로 지목된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논쟁을 담은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영상에서 교내 관계자는 “네가 너 자신이고자 하는 것은 이해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여기에는 너와는 다른 정서가 있다”라고 말했다.

젊은 성 소수자 단체인 ‘Le MAG Jeunes LGBT’의 대표 오마르 디디(Omar Didi)는 지난해 12월 18일 프랑스앵포에서 “그녀는 정체성을 학교에서 드러내기 위해 용기를 냈지만, 치마를 입는 것만으로도 거절당했다”라며 “이는 매우 폭력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교육부의 새로운 지침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리베라시옹의 지난 10월 1일 보도를 보면 성 사회학자 가브리엘 리샤흐(Gabrielle Richard)는 특히 젊은 트렌스젠더 학생들이 높은 수준으로 가정 내 폭력에 노출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부모 모두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본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샤흐는 “해당 지침은 트렌스젠더 단체들에 의해 마련된 것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며 “이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 파리 = 이두형 글로벌 리포터 mcdjrp@gmail.com

■ 필자 소개

파리 소르본대학(파리 4) 사회학 석사

전 서울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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