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번따'하며 남자의 용기라니..잘못하면 스토킹입니다
"남자친구 있거든요. 죄송해요." "그래도 너무 아름다우신데 번호 좀 주세요."
'헌팅 전문가'를 자칭하는 한 유튜버는 한 방송에서 강남역 지하상가를 걷다 우연히 한 여성과 마주쳤다. 이 유튜버는 '너무 맘에 든다'며 여성의 뒤를 100여m 따라 걸으며 "내게 기회를 달라"고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이 여성은 계속해 '남자친구가 있다'며 거절했으나 유튜버의 말이 이어지자 끝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구독자들은 일제히 '용기가 부럽다' '남자는 자신감'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6일 유튜브에서 '픽업 아티스트' '로드 헌팅'(길거리에서 번호를 따는 행위) 등으로 검색할 경우 손쉽게 여성들의 얼굴이 노출된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영상의 경우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 등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해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아티스트' 들은 길거리에 있는 여성 수십명에게 번호를 묻거나 술자리를 권유하며 추파를 던진다.
문제는 이같은 행위가 여성들에게는 공포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서 '아티스트'가 말을 걸어왔다는 신모씨(27)는 "얼굴에 화장을 하신 남성분이 한 손에는 촬영 중인 스마트폰을 들고 '번호가 뭐냐' '너무 아름다우시다'며 지하철 역 안까지 따라왔다"며 "다행히 지하철이 빨리 와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이같은 '번호따기'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은 강남구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16세 미성년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친하게 지내자, 예쁘다'고 말한 36세 남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월에도 귀가하던 여성의 뒤를 밟아 집 공동현관에서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만진 2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여대 등 대학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이같은 스토킹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혜화역 대학로나 홍대입구역, 이화여대가 근처에 있는 신촌 등이 스토킹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우범지대'다.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여대가 많은 지역일수록 스토킹 피해가 잦아 중점 순찰을 하고 있다"며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겠다는 여성의 뒤를 밟거나 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라고 했다.
법조계는 이같은 행위가 범죄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일상적인 생활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은 모두 범죄로 규정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를 경우 경범죄로 규정돼 10여만원의 벌금에 처해졌던 과거와는 달리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도 대폭 상향됐다.
22년만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강화한 처벌법이 시행된 것은 최근 스토킹 범죄 피해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은 피해 여성을 약 2달간 스토킹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피해자와 여동생, 모친까지 살해했다.
형사 전문 김기윤 변호사는 "번호를 묻는 것 자체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거부 의사를 밝히는데도 지속적으로 연락·접근하는 것은 스토킹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반복성이 인정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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