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관 외교 네트워크 예산 중 84%가 술·선물

6일 오전 주중국 대사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 모인 장하성 중국대사 등 주중 대사관 간부들(사진은 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주중국 대사관이 '외교 네트워트 구축비'의 80% 이상을 선물과 주류 구매에 사용했고, 일부 개인적인 사용이 의심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는 외교관들이 주재국에서 주요 인사와 비공개 접촉을 하면서 외교 활동을 하기 위해 배정된 비용입니다.

오늘(6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중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주중국 대사관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집행된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약 2억 4180만 원 가운데 84.8%인 약 2억 260만 원이 선물과 주류 구입에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39개 공관 중 주중 대사관의 집행액 대비 선물·주류 구매 비율이 가장 높았고, 주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77%), 주상하이 총영사관(75.7%), 주광저우 총영사관(74%), 주인도 대사관(67.8%)이 뒤를 이었습니다.

주요국인 미국 대사관(20.4%), 일본 대사관(27.4%), 러시아 대사관(55.7%)보다 중국 대사관의 선물과 주류 구입 비중이 훨씬 높아 외교관들이 발로 뛰지 않고 '선물 외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의원은 "주중 대사관의 네트워크 구축비의 부적절 사용 사례와 사적 사용 의심 사례가 많다"며 "네트워크 구축비의 사용 내역은 공관과 공관장의 외교 활동을 점검하는 지표로 중국에서 대인 접촉을 하지 않고 선물을 통해 비대면 접촉에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공산국가의 폐쇄적인 특성을 감안하더라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술과 선물 구매는 네트워크 구축비 편성 목적과 맞지 않고,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엄격하게 다루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장하성 중국대사는 이 의원의 질타에 "주류는 중국 인사들과 오만찬에 사용하는 주류를 구입한 것이지, 비대면 선물용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장 대사는 또 "지난해 이후 중국 현지의 방역 강화로 오찬이나 만찬 기회가 줄어 홍삼이나 한국 화장품 등을 선물 교환 방식으로 전달했고, 이마저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전체적인 집행 금액은 이전에 비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주중 대사관의 대외 인적 교류 활동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임 후 30개월 동안 차관급 이상의 인사를 70차례 이상 만났다"며 "한 달에 2번 이상 만남을 가졌기 때문에 결코 활동이 적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국정감사에서는 장 대사의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법인카드로 동료 교수들과 유흥업소에 방문했다는 의혹과 주중 대사관의 보안 USB 분실 등에 대해서도 의원들이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장 대사는 또 "중국 내 우리 문화콘텐츠의 불법 유통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중국의 60여 개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고 있고 '한한령' 이후 한국 영화와 드라마 신작의 유통도 금지됐습니다.

사공성근 기자 4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