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번의 폭풍성장" '金삐약이'신유빈의 진화는 계속된다
"나, 박자 찾았어!"
'막내온탑' 신유빈(17·대한항공·세계 80위)이 4일 일본 안도 미나미(24·세계 87위)와의 카타르 도하 아시아선수권 여자단식 4강전을 앞두고 아버지 신수현 GNS 대표에게 했다는 말이다.
신유빈은 직전 WTT스타컨텐더 여자단식 8강부터 '변칙 공격수' 안도만 만나면 고전했다. 롱핌플 전형의 때려치는 스매싱 박자에 흔들렸다. 1일 여자단체전 결승서도 1대3으로 역전패, 2연패했다. 설욕을 다짐한 여자단식, 안도가 전지희를 꺾고 4강에 오르며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신유빈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사실 한번 더 붙어보고 싶었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신유빈은 영리하다. 경기를 복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번 진 선수에게 또 똑같이 지는 일은 드물다. 2번 연속 같은 패턴으로 패한 후 신유빈은 이를 악물었다. 국내에 없는 롱핌플 구질에 적응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실업 입단 이후 코로나로 인해 국제대회에 마음껏 출전할 수 없었던 상황, 매경기가 소중했다. 조언래 대표팀 코치와 안도의 구질을 치밀하게 연구했다. 탁구는 상대성의 스포츠다. 천적 관계는 때로 트라우마가 된다.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네려는 아버지를 향해 신유빈은 씩씩하게 말했다. "아빠, 나 박자 찾았어!" 그리고 '삼세번'째 맞대결, 신유빈은 승리했다. "또 졌으면 자신감 떨어질 뻔했다"며 웃었단다.
신유빈은 4일 여자단식 결승에서 하야타 히나에게 1대3으로 패하며 첫 메이저 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여자탁구사에 1984년 이 대회 참가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값진 메달이었다. 대회 마지막날인 5일 여자복식 결승전, 이번에도 상대는 일본의 안도, 그리고 '2002년생 라이벌' 나가사키 미유였다. 신유빈은 자신감이 넘쳤다. '12살 위 톱랭커' 전지희가 든든히 받치는 가운데 거침없는 포어드라이브로 날아올랐다. 2000년 석은미-이은실조 이후 21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한번의 폭풍 성장이었다. 시상식 후 신유빈은 "탁구장에 애국가가 울리니 너무 좋더라고요"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천장을 바라보는 모습이 좀 울컥한 것 같더라는 '의혹 제기'에 신유빈은 "태극기 어디 있나 찾은 거예요"라며 생긋 웃었다.
지난 여름 생애 첫 도쿄올림픽에서 신유빈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두달 반만에 나선 아시아선수권, 신유빈은 메이저 무대 사상 첫 시상대를 경험했다. 매경기 성장을 거듭하며 여자단체전 은메달, 여자단식 은메달, 여자복식 금메달로 존재감을 또렷히 드러냈다. 17세 어린 선수에게 이보다 더 큰 자신감과 동기부여는 없다. 최강 중국이 불참하고, 일본 2진 선수들이 나선 대회라 하더라도 '17세 신유빈'의 메달은 뜻깊다. 메달만큼 중요한 것은 경기에 임하는 과정과 태도다. 일본 톱랭커 수비수 사토 히토미(세계 19위)를 2번 연속 이겼고, '안도 트라우마'를 스스로 이겨냈다. 도쿄올림픽 이후 뜨거운 스타덤 속에서도 신유빈은 탁구선수로서 가야할 길을 잊지 않고 있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도전한다. 세계적 선수가 되기까지 할 일이 많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신유빈은 6일 여자복식 금메달 직후 SNS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시합,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한줄을 남겼다. 11월 휴스턴세계선수권,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신유빈의 도전은 계속된다.
한편 대회 11연패를 기록한 '난공불락' 중국이 불참한 이번 도하아시아탁구선수권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에이스' 장우진이 맹활약한 남자단체전에서 25년만에 금메달을 따냈고, '닥공' 이상수가 '대만 에이스' 추앙치유안을 꺾고 사상 첫 남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단체전, 남자복식, 혼합복식에선 일본 2진 신예조의 기세에 밀려 금메달을 놓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도쿄올림픽 노메달 이후 침체된 한국 탁구가 메달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은 적잖은 수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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