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의 전자문서와 정보화사회]〈19〉진화하는 전자문서
1980~199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사용되기 시작한 전자문서는 이제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종이로 생성되고 유통·관리·보관되는 각종 문서가 전자문서 또는 전자화문서로 대체되고, 마트 진열대에 붙는 종이가격표가 전자가격표로 바뀌고 있다.
법적 소송에서도 전자문서가 활용되고, 학교에서는 태블릿을 통해 수업 내용을 필기한다. 은행의 종이 통장도 이제 전자적인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서서히 진행됐음에도 비대면이라는 사회 이슈로 말미암아 갑자기 변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 2000년 중반부터 페이퍼리스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됐다.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전자문서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전환하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그러나 중요 문서는 종이문서를 활용하고 문서 보관은 종이로 하되 업무에는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이중 관행이 지속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자문서 산업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종이문서를 전자화문서로 변환하는 사업과 업무의 효율 향상을 위한 전자문서관리시스템 구축으로 구분됐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이 시기를 '페이퍼리스 1.0'으로 정의한다. 2010년 이후 금융계는 태블릿과 전자서식을 활용한 계약이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본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다. 보험 청약을 시작으로 전자창구, 부동산 전자계약, 전자근로계약서, 전자영수증, 의료전자동의서와 같은 다양한 문서가 전자문서로 작성 또는 생성됐다.
이후 전자문서법이 개정되면서 전자문서는 모든 산업 분야와 국민 일상생활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협회는 기존 전자문서 활용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구분하기 위해 이 시기를 '페이퍼리스 2.0'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제 전자문서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또 다른 변화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학문자판독(OCR)은 AI 기술과 접목돼 다양한 형태의 문자를 학습한 뒤 수기로 작성되는 필기체까지도 인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자문서 관리·보관·유통에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기술이 융합한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전자문서는 문서라는 기본 의미와 함께 정보와 데이터로서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표한 것과 같이 사람처럼 문서를 이해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기능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개발한 AI 비서의 필요 기반 콘텐츠 생성 기능을 시작으로 90% 이상 완성된 문서를 작성해 주는 역할까지도 ICT로 자동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협회는 이 같은 시기를 페이퍼리스 리터러시로 구분하고 있다. 종이와 문서 규격이 없어도 각종 콘텐츠를 읽고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본격적인 페이퍼리스 리터러시 시기가 오면 우리 업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문서의 작성단계부터 생성, 관리, 유통, 보관 등 생애주기 전반과 관련된 업무가 크게 변화될 것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 중심으로 하나의 완성된 문장을 만들어 주거나 문서 내용을 읽고 분석해서 요약본을 생성해 주기도 하며, 문서의 중요도에 따라 보존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문서 분류체계에 맞게 관리·보관하는 등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2020년과 2021년은 전자문서 산업계에 뜻깊은 시기다. 전자문서와 전자화문서의 법적 효력과 공인전자문서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자문서법의 개정·시행은 물론 데이터 활용이라는 이슈와 함께 문서 작성·관리 업무를 비롯해 모든 환경까지 사회가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대다수 문서가 전자문서로 생성·유통·보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자문서산업계는 이용자의 관심·수요에 부합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투자를 이어 가고, 정부는 전자문서가 더욱 확산하고 정착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 gform@epos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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