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맞았는데"..중구난방 2차 접종 날짜 '불만'

조민정 2021. 10. 6. 15: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일·10일·12일 당겨져..기준 없는 날짜
직장인 "짜여진 팀 일정에 휴가 부담돼"
취준생 "시험 일정 맞춰서 예약한 건데"
날짜 변경해도 질병청이 재지정 가능성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도대체 무슨 기준이죠. 저도 백신 빨리 맞고 마음 좀 놓고 싶은데 짜놓은 계획도 다 바꿔야 할 판이에요.”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정부가 6주로 지정한 백신 접종 간격을 1~2주 앞당겼지만 당겨진 날짜가 제각각이어서 번거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단축된 기간은 8일이나 12일로 접종 요일이 당초 지정한 요일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신휴가로 미리 6주 계획을 세우고 백신 접종을 신청했던 직장인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번거로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19 2차 접종 예약 날짜가 변경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9월 29일과 30일 이틀 간 연달아 왔지만 접종 예약 시간은 제각각이다. 따로 병원에 변경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하루 만에 또다시 접종 시간이 변경된 안내 문자가 온 상황이다.(사진=독자 제공)
직장인 “휴가 또 바꿔야 해 번거로워…기준이 뭔지”

방역당국은 10월 11일 이후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2차 접종이 예약된 대상자에 대해 접종간격을 6주에서 4~5주로 단축했다. 오는 11일부터 11월 7일 사이 예약자는 5주 간격, 11월 8일~14일 2차 접종 예약자는 4주 간격으로 당겨진다. 백신 2차 접종일이 일괄 조정된 대상자는 1072만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가 일괄적으로 변경한 날짜가 딱 떨어지는 주 단위가 아닌 탓에 미리 계획을 세워둔 직장인과 취준생 등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구난방 간격으로 변경된 날짜에 미리 맞춰준 직장 내 스케줄을 다시 맞춰야 하는 불상사도 나타나고 있다.

9월 29일 모더나 1차 접종을 완료한 직장인 이모(29)씨는 주변 동료들 중 가장 마지막에 맞았다. 그러나 바뀐 2차 접종 날짜를 살펴보니 자신보다 일주일 먼저 접종했던 직장동료보다 하루 먼저 백신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당연히 (백신을) 늦게 맞을 줄 알았는데 더 빨리 맞게 돼서 기준이 뭔가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6)씨는 백신휴가를 주말에 연달아 사용하기 위해 1차 접종일을 금요일로 선택했다. 예약 당시 2차 백신 접종일도 금요일이었지만 이번 조정으로 8일이 당겨지며 목요일로 지정됐다. 박씨는 “접종 예약일을 바꾸려면 어떻게 바꾸는지 찾아봐야 하고 번거로운데다, 저번주에 접종 홈페이지에 들어가니까 예약번호도 쳐야 하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라며 “병원에 전화해서 바꾸긴 했지만 일괄적인 조정이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화이자를 접종했던 40대 직장인 정모씨는 회사 사정에 따라 정부가 조정한 2차 접종 날짜에 맞기가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2차 접종일이 열흘 당겨졌는데 개인 사정으로 부재자가 발생한 상황이라 백신휴가를 사용하기 마음이 편치 않다”며 “그대로 맞을지, 날짜를 옮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조정도 번거롭고 원하는 날짜에 못 맞을 수도 있어서 그냥 맞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자가 누적 2000만명을 돌파하며 1차 예방 접종에 전 국민 39%가 참여한 3일 오전 서울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취준생도 영향…병원 “날짜 변경해도 재지정 될 수도”

회사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비교적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취업준비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요한 취업 전형이나 자격증 시험 등에 맞춰 접종 예약을 해두는 경우도 많아서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나 피로감 등을 고려하면 2차 접종 날짜를 변경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오는 25일 화이자 2차 접종을 앞뒀던 취준생 장모(25)씨는 갑작스럽게 바로 다음 주 백신을 맞게 됐다. 접종 날짜가 12일이나 당겨지면서 미리 세워둔 계획이 꼬여버린 것이다. 장씨는 “이번 달에 시험 일정이 있어서 그거에 맞춰 예약한 건데 갑자기 일주일도 아니고 애매하게 12일이 당겨졌다”며 “요일도 아예 바뀌어서 예약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접종 날짜 변경은 접종 병원이나 해당 보건소에 전화하거나 접종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혹은 잔여백신을 예약해 원하는 날짜에 접종받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꼬여버린 일정에 본인이 원하는 날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병원을 통해 예약을 바꾸더라도 질병관리청에서 또다시 날짜를 재조정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한 병원 관계자는 “접종자 요청에 따라 병원에서 접종 날짜를 변경해도 질병청에서 또 변경해 문자 메시지가 날아갈 수도 있다”며 “문자가 안 오면 가장 좋지만 문자가 와서 날짜가 또 바뀌면 병원에 다시 전화해서 바꿔달라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차 접종 날짜를 전반적으로 앞당겨 접종률을 높이고, 2차 접종에 대한 잔여백신 예약도 가능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 간격을 단축하고 잔여 백신을 활용해 10월 중 국민 70% 접종 완료를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며 “현재 2차 접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달 1300만명 정도가 맞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