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50억 클럽' 실명까지..눈덩이처럼 커지는 대장동 의혹
(서울=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천화동인으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그리고 경제매체 사주로 알려진 홍모 씨가 포함됐다는 폭로가 6일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 구조를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복수의 제보를 토대로 6인의 이름을 공개했다. 그동안 정치권 주변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영학 리스트'가 나돌았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일부 실명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자못 충격적이다. 박 의원은 "이들 중에는 이미 받은 사람도 있고, 약속했으나 대장동 게이트가 터져서 아직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급하게 차용증서를 써서 빌렸다고 위장을 했다가 다시 돌려줬다는 사람도 있고, 빨리 달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는 추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화천대유가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거액의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끝이 어딜지 모를 만큼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언급된 6명 가운데 일부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고, 화천대유측도 "50억 약속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어 수사당국의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왕에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 봐도 대장동 개발 관련 부정한 돈 거래 의혹의 개연성은 꽤 높아 보인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로부터 거액 자문료를 받고 딸이 아파트 특혜 분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에게 100억원을 건넨 사실도 밝혀졌다. 박 전 특검은 이 씨가 '촌수도 알기 어려운 먼 친척'이라고 했지만, 박 전 특검이 이 씨가 대표를 지낸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적도 있고, 박 전 특검의 아들도 이 씨 회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돼 그의 해명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또 곽상도 의원은 화천대유에 재직했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내놨고, 이재명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이 수억원을 받고 고문으로 재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국 법관대표회의가 적절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군 이래 최대 공공환수사업'이라던 대장동 개발의 실상을 보니 단군 이래 최대 민간 특혜 사업이었다는 의구심도 짙어지고 있다. "5천503억원을 시민에게 돌려준 성공한 공공이익 환수 모델"이었다고 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구속되자 "개발이익 민간독식을 막으려 혼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3천여 명의 성남시 공무원과 1천500여 명의 산하기관 임직원 관리 책임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제게 있는 게 맞다"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고 있는 사무에 대해 불미한 일에 연루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지사가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던 유 씨를 성남시장직 인수위원에 이어 대장동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성남도시개발공사 2인자 자리(기획본부장)에 발탁하고, 도지사가 된 후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중용하고도 수천명 직원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꺼림칙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환하게 설명되지 못하는 것을 석연치 않다고 한다. 지금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많은 부분이 국민 눈에는 석연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가 "대장동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이번 사안을 상대방 게이트로 규정하려는 프레임 씌우기 정치공방 역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진실을 진영에 가두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경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당위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의혹에 연루됐거나 책임 있는 사람들이 국민에게 석연히 해명하는 일 또한 방기할 수 없는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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