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해칠까봐 조현병 딸 살해" 70대 아버지에 징역형
조현병을 앓던 40대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숨기려 한 70대 노부부가 재판에서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재판장 권순향)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77)씨에게 징역 5년을, 사체 은닉 미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A씨 아내 B(76)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A씨는 파란색 줄무늬 수의를 입었고, B씨는 평상복을 입고 재판정에 출석했다. A씨의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재판부에선 음성 증폭기(헤드셋)를 지급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20일 경북 포항의 자택에서 함께 지내던 딸 C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미리 준비한 마대 자루에 딸의 시신을 담았다. 이후 아내 B씨와 함께 시신을 자택 인근 공터에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미리 구덩이를 파뒀지만 노부부가 시신을 옮기는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경찰에 신고해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어 있었다”고 했지만, 경찰이 타살 가능성을 의심하고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자 범행을 시인했다. 이들 부부는 수사 과정에서 “나이 많은 우리가 먼저 죽으면 조현병 증세가 심한 딸이 손녀를 해칠 것 같았다”며 “손녀의 앞날이 걱정돼 (딸을)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오래 전부터 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죄가 매우 무겁다”면서도 “부부가 지난 11년간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딸과 그 자녀를 돌본 점,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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