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기후변화 문제로 지평 넓힌 물리학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의 복잡한 기후와 무질서한 물질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힌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다. 이들 중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인위적인 기후변화의 예측과 원인규명 분야를 개척한 기후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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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기후위기... 인간활동이 극적인 온난화일으켜
최근 전 세계는 산불, 가뭄, 폭염, 홍수 등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재해를 겪으며 이미 ‘기후위기’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에서 발표한 6차 과학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전 지구 평균이 약 1.1도 올랐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 때문임이 논쟁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또한 앞으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까지의 지구온난화 규모와 그에 따른 기후재해가 결정되며,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파리협정에서 ‘위험한 기후변화’의 기준으로 채택한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의 온난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다. 올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감축할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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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 기후모델을 개발토록 길을 연 기후변화 모델 창시자
마나베 교수는 현재 기후변화의 예측의 필수적인 도구인 '전 지구 기후모델'을 개발하도록 길을 연 기후변화 모델의 창시자다. 그는 1967년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증가 시의 지표와 대기의 온난화 정도를 추정했다. 기후변화에 중요한 물리 과정들을 최초로 고려한 연구 성과였다.
특히 실제지구에서 나타나는 대류현상의 영향과 온난화에 따라 증가하는 수증기의 온난화 되먹임 효과(수증기도 온실가스다)를 반영함으로써 실제 지구에서 관측되는 기후변화 물리과정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훨씬 현실적인 기후모델이 개발될 수 있게 이끌었다. 그는 또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대류권의 온도는 올라가지만 성층권에서는 오히려 냉각이 일어남을 제시했고, 이런 기온 반응 패턴은 향후 실제 관측을 통해 증명됐다.
결국 마나베 교수는 물리학의 기본법칙인 질량, 운동량, 에너지 보존을 바탕으로 가상의 지구를 모의하는 컴퓨터 코드인 전 지구 기후모델 개발에 중대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는 인간활동의 정도에 따라 미래 기후변화의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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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원인이 인간활동에 있음을 처음 밝혀내
하셀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활동에 있음을 밝혀내는 기후변화 탐지와 원인 규명 분야를 개척했다. '탐지'는 관측값이 지구의 자연변동성을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며, '원인 규명'은 탐지된 기후변화의 실제 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는 실제 발생한 기후변화를 지구기후시스템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변동성(자연변동성)과 외부의 힘에 의해서 발생한 반응의 선형 합으로 가정하는 개념 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셀만 연구원은 1979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구 자연변동성의 개념 모델을 제시했다. 나비효과 또는 혼돈이론으로 잘 알려진 변화무쌍한 날씨로부터 천천히 변하는 해양의 자연변동성 패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기후모델에서 모의된 자연변동성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중대하게 기여했다.
이후 199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패턴으로 찾아내는 방법인 ‘지문(fingerprints)’ 방법을 제안했다.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태양활동과 화산활동 등의 인위적 또는 자연적인 요인들은 각각 특징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키며 시공간 패턴을 남기는데, 이 요인별 '지문' 패턴이 실제 관측에 존재하는지를 통계적 검정으로 확인하는 기법이다. 이 방법론의 개발로 실제 관측과 기후모델 모의결과의 비교가 가능해졌고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에에로졸이 기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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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기후학자들이 발전시키며 기후변화 확증 발견... 예측 정확도 더 높여야
그의 연구들은 전 지구 지표기온에 국한됐다. 이후 후대 기후학자들이 방법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고 다른 변수들로 확장시켜, 강수량을 포함한 물순환 강화, 북극 해빙과 눈덮임 등의 빙권 손실, 폭염과 호우의 강화, 열대지역 팽창 등에서 인간의 ‘지문’을 찾아냈다. 이런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차차 모아진 덕분에 IPCC 최근 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명백하게 결론내렸다.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이 기후물리 분야 개척 연구 성과를 내지 않았다면 기후변화 모델이 개발되거나 인간 활동에 따른 미래 기후변화의 예측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기후과학자들의 많은 노력으로 개발해 현재 사용되는 기후모델은 탄소순환과 생지화학과정을 포함할 정도로 실제 지구와 매우 흡사해졌다. 이 ‘지구시스템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특히 미래 기후변화 예측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찾아내고 이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매우 시급하다.
지구기후시스템은 복잡계로 대기, 지표, 해양, 빙권, 생물권 등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상호작용이 미래 기후변화의 정확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이에 대한 관측, 이론, 모델링을 종합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기후 위기는 폭염, 산불, 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큰 재난을 일으킨다. 결국 지구의 자연변동성으로 대표되는 날씨의 특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온난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훨씬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기후 예측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도전과제들의 배경에는 기후와 날씨를 지배하고 있는 물리법칙과 과정이 있으며, 이에 대한 획기적인 이해를 제시하는 응용물리학자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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