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복잡계 물리이론, 환경과 사회 문제 해결할 무기가 되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은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앞의 두 명은 지구물리학자이고 파리시 교수는 통계물리학자이다. 이 세 사람은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수학적으로 확인하는 길을 열었다.
마나베 교수는 50년 전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층 두께와 지표면 수온의 평균 온도와의 상관관계를 예측했다. 그 10년 후 하셀만 연구원은 빈번히 일어나는 기상이변과 서서히 일어나는 지구의 온난화와의 관련성을 설명했다. 파리시 교수는 복잡계에 숨겨져 있는 기본 원리를 찾아냈다. 복잡계란 지구 기후시스템과 같이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지구온난화와 같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먼저 파리시 교수가 수행한 연구를 살펴보면 한 공간에 세 사람이 있고, 각자는 빨간색과 파랑색의 옷을 가지고 가정하자. 두 사람이 만날 때는 상대방과 같은 색 옷을 입는 것을 싫어해 한 사람은 빨간색, 다른 한 사람을 파란색 옷을 입는다고 하자. 그러나 세 명이 모일 경우 빨간색 또는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두 명 생기게 되어 서로 난감한 상황을 겪게 된다. 이런 현상을 '쩔쩔맴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쩔쩔맴 현상은 사람들 사이에 의견 대립 현상과 비유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물질 속에 있는 전자의 스핀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파리시 교수는 쩔쩔맴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의 자기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고 '복제품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오늘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속 의견 대립 현상, 기상현상, 신경망에서의 신호전달 현상 등 여러 형태의 복잡계에 적용될 수 있어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복잡계에서 생겨나는 무질서도는 시스템 크기가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100명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같은 색 옷을 입고 나온 사람이 짝이 되어 쩔쩔맴을 겪는 경우는 10명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경우의 10배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소셜네트워크 사회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 파리시 교수는 쩔쩔맴을 겪는 쌍들 간의 관계성이 형성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와 같은 원리는 오늘날 인공지능을 작동시키는데 유용한 원리로 사용된다.
파리시 교수는 복잡계에서는 같은 조건에서도 다른 경우가 엄청나게 많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단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고 대신 확률적인 방법을 통해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고의 전환은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복잡계 연구에 수학적 기반을 제공하게 됐다.
하셀만 연구원은 아인슈타인의 확산 이론을 기후시스템에 적용했다. 아인슈타인은 브라운 입자 운동에서 생겨나는 위치의 요동 값이 열역학 현상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하셀만 연구원은 국소적인 환경 변화에 의해 빈번히 변덕스럽게 바뀌는 날씨가 거시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1905년 천재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이론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 지구온난화 현상에 적용돼 노벨상 수상의 기초가 된 것이다.
마나베 교수는 대기 이산화탄소 층의 높이 증가가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와 같은 세 분의 연구 결과는 지구의 기후 변화를 과학적으로 견고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하였다.
지구온난화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역대급 장마가 일어났고 올여름 중국에서는 100년 만의 홍수가 발생했다. 남부 유럽과 북미는 폭염에 시달렸다. 유엔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2015년 파리협정을 맺고 이산화탄소 생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풍력과 태양광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를 생성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높아지는 전력수요와 복잡해지는 전력복잡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관련된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대도 설립됐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위기에 처한 지구의 상황을 알리는데 공헌한 기여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강병남 한국에너지공과대 에너지공학과 석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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