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논란에 '이재명 수비수' 된 추미애..지지율 10% 무너지며 '원팀' 역할론까지

박광연 기자 2021. 10. 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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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OBS가 주관한 TV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OBS 방송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경선 막판 ‘이재명 수비수’로 적극 나서고 있다. 경선 초·중반 ‘윤석열 공격수’를 자임하며 확보한 강성 개혁 지지층이 대장동 의혹에 따른 위기감에 이재명 경기지사로 재결집하는 흐름에 힘을 싣는 행보로 해석된다. 추 전 장관은 경선 두자릿수 누적 지지율이 붕괴되는 등 사실상 경선 승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선 이후 ‘원팀’을 위한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추 전 장관은 최근 경선 주자 TV토론과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적극 방어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대장동 의혹 특별검사 도입 주장에 “시간끌기고 물타기고 의혹 부풀리기 연장선상”이라며 “수사의 집중 분위기도 필요하니 정치권이 입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을 거부하며 신속한 검찰수사를 강조하는 이 지사 입장과 같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논란에 연루돼있다며 “국민의힘은 특검하고 행진할 게 아니라 석고대죄해야 한다. 박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를 따라잡기 위해 대장동 의혹의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는 것도 추 전 장관의 몫이다. 추 전 장관은 전날 TV토론에서 “대장동 사건을 정치적 셈법에 따라 규정하고 여론몰이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YTN 라디오에서는 이 전 대표의 공세가 “야당 논리”라며 “감나무 밑에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듯한 자세를 보면 지지자들이 경선판 자체를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대장동 의혹을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위한 제도 개혁 계기로 활용하는 이 지사의 국면전환용 움직임에도 동참한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은 YTN 라디오에서 “수년전부터 합리적으로 과세해서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된다고 늘 주장해왔는데, 대장동 사건을 보면서 ‘역시 추미애 지적이 옳았다’ 평가하는 것 같다”며 지대개혁 공약을 강조했다. 최근 개발이익 국민환수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이 지사와 발맞춘 것이다. 이 지사와 추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TV토론에서 대장동 의혹을 민주당에 호재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박용진,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행사에서 결과 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지사와의 개혁 경쟁을 넘어 이 지사 지키기에 나선 추 전 장관의 행보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초 50만명이 참여한 1차 슈퍼위크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11.67%를 얻어 누적 득표율(11.35%)이 10%를 넘었지만, 지난 3일 30만명이 참여한 2차 슈퍼위크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1차 때의 절반인 5.82%를 얻으며 누적 득표율(9.26%)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추 전 장관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두자릿수 지지율이 붕괴된 것이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YTN 라디오에서 “후반에 갈수록 대장동(사건)이 터지며 1위 후보를 방어하자는 심리가 집중된 것 같다”며 “‘추미애한테는 매우 미안하지만 이재명한테 일단 결집하자’고 길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메시지를) 보내시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이 최대 이슈였던 1차 슈퍼위크 당시 추 전 장관에게 표를 줬던 개혁 지지층이 최근 대장동 의혹으로 수세에 놓인 이 지사에게 몰려갔다는 시각이다.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지사의 개혁 지지층을 끌어오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지지층 흐름에 맞춰 이 지사를 적극 지키는 행보를 펴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전 장관은 경선 이후의 역할론도 언급하고 나섰다. YTN 라디오에서 “제가 경선에 참여해 토론의 중심추를 잘 잡아줬다고 양 진영과 당에서도 고마워하고 있다”며 “경선 이후 중심추를 잡는 역할을 (제게) 기대하지 않을까 한다. 원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후보가 경선 끝나면 (결과에) 승복하고 원팀에 앞장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당 대표를 맡아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린 경험을 내세워 경선 초반부터 ‘원팀 정신’을 강조해왔다.

경선 완주의 뜻을 밝혀온 추 전 장관은 이날 서울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전날 TV토론에서는 “배가 고프지 않다. 표가 고프다. 꼭 한표를 달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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