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W' '도깨비'가 왜 거기서 나와..'2021 국감' 게임이슈 톺아보기 [이유진의 겜it슈]
[경향신문]
“지금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최대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즈니스 모델(BM) 개발에만 치중해온 국내 게임사의 자성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문체위 국감에서는 국내외 유명 게임사의 게임 시연 장면이 등장했다. 미국 게임사 밸브의 VR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였다.
이 의원은 “공교롭게도 두 게임사는 비슷한 시기 설립됐다”며 “설립 후 어떤 회사는 게임의 수준을 이만큼 올린 반면, 국내 회사는 이용자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 수준만 높여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매출은 잘 나왔을지 몰라도 세계 시장에서의 고립은 심화돼 왔다”며 “지금 혁신하지 못하면 미래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국감 단골 소재로 등장했던 게임 이슈인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특히 올해는 게임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 등으로 직접 불만을 표출하고, 엔씨소프트 불매운동 등으로 번지는 등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문체위 국감에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 참석해 게임사와 유관부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 산업의 문제를 묻는 질문에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이 확률형 아이템과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을 양산하면서 게임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무능이 원인이다”며 “확률형 아이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도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전 NXC 대표와 강원기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를 증인으로 소환한 5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도 게임업계의 눈이 쏠렸다. 정무위는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발생한 아이템 확률 조작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와 강 디렉터 모두 불참을 통보하면서 ‘반쪽짜리 국감’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무위는 오는 21일 열리는 정무위 종합감사에 앞서 넥슨 측에 새로운 증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공정위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9년 12월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확률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지만, 실제 개정된 고시에서 해당 부분은 삭제됐다. 유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와 구성확률 공개범위를 법령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할 수 없다”며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달라진 게임 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왔다. 이상헌 의원은 5일 열린 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현모 문화재청장을 대상으로 해외 유명 게임인 ‘고스트오브쓰시마’의 정교한 복식 화면을 보여주며 게임의 문화적 파급력에 대해 설명하고, 게임 내 콘텐츠로 전통문화 유산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게임사가 전통문화 유산을 게임 내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재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경우 해당 기관들이 적극 공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내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가 제작 중인 게임 ‘도깨비’의 트레일러 영상도 공개했다. 최근 독일 게임전시회 ‘게임스컴’을 통해 공개돼 호평을 받은 게임으로, 게임 실행 영상에는 한옥, 솟대, 연, 해태상 등 한국 전통문화 유산이 다수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게임만큼 우리 전통문화를 전세계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고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없다”라며 “문화재청 및 산하기관들도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신산업 콘텐츠들과 융복합 관점에서 손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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