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좌우 놀이'에 보스턴 웃고, 무모한 주루에 양키스 울고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21. 10. 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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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아웃되는 양키스의 애런 저지. 연합뉴스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단두대 매치'에 나선 보스턴 레드삭스가 선발 라인업을 구상하면서 내세운 키워드는 '좌우 놀이'였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6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색다른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시즌 내내 주로 1번타자 역할을 맡았던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2번 타순으로 배치하고 리드오프 자리에 좌타 거포 카일 슈워버를 세웠다.

오른손 타자 에르난데스 뒤에는 왼손타자 라파엘 데버스가 섰다. 5번으로 나선 좌타자 알렉스 버두고 앞에는 오른손타자 잰더 보가츠가 자리했다. 1~5번 타순을 좌-우-좌-우-좌로 배치한 것이다.

코라 감독은 경기 전 MLB닷컴을 통해 "J.D 마르티네스(발목 부상)가 출전할 수 없는 가운데 타순의 좌우 균형을 만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슈워버는 시즌 도중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한 뒤 주로 2번 혹은 6번 타순에서 활약했다.

슈워버는 전통적인 개념의 1번타자가 아니다. 하지만 파워가 뛰어나고 출루율 역시 뛰어나 워싱턴 시절 리드오프로 중용됐다.

슈워버는 트레이드가 되기 전 워싱턴의 1번타자로 연속 출전한 19경기에서 타율 0.352, OPS(출루율+장타율) 1.427, 15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단판승부다.

이기면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로, 패하면 집으로 가야 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모험적인 라인업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상당한 배짱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슈워버는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잰더 보가츠의 1회말 투런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은 보스턴은 3회말 슈워버의 솔로홈런으로 스코어를 3대0으로 벌렸다.

슈워버는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 게릿 콜이 던진 시속 97마일짜리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게릿 콜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그는 이후 에르난데스에게 내야안타를, 데버스에게 볼넷을 연속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게릿 콜은 2이닝 4피안타(2홈런) 2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그의 부진은 양키스에게 큰 악재였다.

반면, 보스턴 선발 네이선 이오발디는 5⅓이닝 4피안타(1홈런)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게릿 콜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선발투수의 이름값에서는 보스턴이 크게 밀렸다. 하지만 보스턴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오발디는 검증된 '가을 사나이'다.

이오발디는 포스트시즌 경기에 통산 여섯 차례 등판해 2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한 투수다.

하지만 양키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양키스는 6회초 1사 앤서니 리조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이오발디를 상대로 첫 득점을 뽑았다.

이어 애런 저지가 내야안타로 출루하자 보스턴은 불펜을 가동했다.

양키스의 기세는 뜨거웠다. 다음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 상단을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렸다.

펜웨이파크의 왼쪽 담장은 타 구장에 비헤 높지만 거리는 짧다. 그린몬스터를 직접 맞히는 장타가 나오더라도 외야진이 빠르게 대처하면 추가 진루를 막을 여지가 있다.

이는 보스턴 외야진에게 익숙한 일이다. 보스턴 외야진은 올해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3개의 보살(어시스트)을 합작한 팀이다.

스탠튼의 2루타 때 양키스 3루코치 필 네빈은 힘차게 팔을 돌렸다. 저지에게 1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가도록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보스턴 수비진이 포수에게 공을 전달했을 때 저지는 홈플레이트를 잡은 TV 중계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의심의 여지없는 완벽한 아웃이었다.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정확하게 홈 송구를 펼친 보스턴 유격수 보가츠는 "개인적으로 (1회말) 홈런을 쳤을 때보다 더 짜릿했다. 만약 실점을 허용했다면 흐름은 양키스에게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조의 홈런으로 1대3 추격에 성공한 양키스는 추가 득점을 올릴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양키스 팬들은 SNS를 통해 3루코치 네빈의 판단을 비판하는 글을 쏟아냈다.

고비를 넘긴 보스턴은 6회말 버두고의 적시타로 스코어를 4대1로 벌렸다.

버두고는 7회말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양키스는 9회초 스탠튼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전통의 라이벌 양키스를 6대2로 꺾은 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자격을 얻었다. 동부지구 라이벌이자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 탬파베이 레이스와 디비전 시리즈를 펼친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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