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나는데 왜 사업했냐고?.. 마을버스 "그래, 더는 못 하겠다"

안경호 2021. 10.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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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마을버스 운영업체가 운행하는 차량 전면에 광주시의 재정 지원을 촉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말도 마세요. 이대로 더는 못 하겠습니다."

광주의 마을버스 운송사업자 A씨는 6일 "마을버스는 잘 운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그는 "광주시 재정 지원을 받은 시내버스 회사들도 죽네, 사네 하는 판인데 지원금 한 푼 없는 우린 어떻겠느냐"고 새된 목소리를 냈다. 아니나 다를까, A씨의 차고지엔 차량번호판이 뜯긴 채 먼지만 수북이 쌓인 마을버스 17대가 서 있었다. A씨가 일부 노선의 운행 적자 누적을 이유로 휴업 신고를 한 차량이었다. A씨는 "영세한 마을버스 운송업체들이 살려달라고 했지만 광주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관(官)이 이런 식이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마을버스 운송업체들이 마을버스를 멈춰 세울 태세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낮은 노선 운영으로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왜 광주시는 모른 체 하느냐고 반발하면서다. 업체들은 "'서민의 발'이란 이유로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달리고 또 달렸다"고 했다. 마을버스는 민간 경영제(민영제)로 운영돼 적자가 나면 언제든 세울 수 있지만 시민 이동권과 직결되는 공공 영역인 탓에 손해를 보면서도 마을버스를 굴렸다는 것이다.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시내버스처럼 시비(市費)로 손실금을 보전받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인 셈이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노선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현재 광주시에 등록된 마을버스는 5개 업체 75대(11개 노선). 서울(1,400대)이나 부산(571대)에 비하면 규모가 크진 않지만 시내버스나 도시철도 1호선이 닿지 않는 동네 골목을 누벼 서민교통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중 3분의 1 정도는 막혔다(운행 중단). 적자 누적에다가 작년부터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재택 근무와 재택 수업이 늘어 승객이 급감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5개 업체 마을버스 수익금은 42억8,511만 원으로 전년도 57억8,577만 원에 비해 26%나 줄었다. 북구의 경우 운송 수입금 감소율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64%에 달했다.

광주지역 마을버스 운송 수익 추이.

마을버스 업체들이 적자를 메우려면 마을버스 요금을 올려야 하지만 대중교통이라 광주시 허가 없이 마음대로 요금을 올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서울이나 부산, 울산, 경기 고양시처럼 광주시가 적자 노선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적자 업체에 한해 시내버스나 도시철도로 갈아탈 때 할인되는 요금 일부(1대당 연간 740만 원)를 보전해주는 게 전부다. 이것도 시내버스(6,000만 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업체들이 광주시에 "재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광주시 구청장협의회도 광주시에 마을버스 적자 노선 운행 손실보조금 지원을 건의했다. 5개 구청장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나 광주시·자치구 관련 조례에 따라 수익성이 없는 노선 운행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마을버스 노선 운행으로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선 신설·변경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광주시가 마을버스 운행 손실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적자 발생의 책임을 왜 공공이 져야 하느냐'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해 운송업체 대표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최근 광주시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업체 대표들을 만나 "(마을버스 운송사업자 모집)공고문을 보고 참여하시지 않았냐", "적자가 나는데 왜 사업을 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대표는 "공공 영역이란 이유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마을버스를 운행했다"며 "그런데 시장이란 분이 '적자가 나는데 왜 사업을 했냐'는 식으로 말을 해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우니 잘 견뎌보자는 취지였지 전혀 그런 뜻은 아니었다"며 "오해가 있었다면 다시 업체 대표들을 만날 수 있고, 마을버스 재정 지원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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