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 수십명 신원 노출"..CIA, 해외 첩보망 붕괴 위기

중·러, 얼굴인식기술·통신 해킹에
美 요원들 피살·체포·투항 줄이어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전 세계 지부에 비밀 전문을 보내고 해외 정보원들 수십 명의 신원이 드러나 피살 또는 체포당하거나 투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IA는 이 전문에서 최근 몇 년간 해외 정보원이 살해되거나, 체포되거나, 투항한 사례가 수십 건이라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 적성 국가의 정보기관은 최근 몇 년간 CIA의 정보원을 추적해 왔고 어떤 경우에는 그들을 이중 첩자로 만들어 버렸다"고 전했다.

전문은 또 "정보원을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외국 정보기관을 얕보거나, 방첩 문제와 관련한 위험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정보원을 너무 빨리 모집한 것 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들 국가는 CIA 정보원들을 추적하기 위해 생체 인식, 얼굴 인식, 인공 지능(AI) 및 해킹 도구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했고, 이들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직 CIA 요원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얼굴인식 기술 등을 사용해 자국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CIA 요원이 접촉하는 사람들까지 실시간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과거보다 정보원의 정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CIA의 통신망이 뚫리는 것도 CIA 해외 첩보망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CIA 전 요원은 중국과 이란에서 CIA 통신망이 뚫려 정보원 2명이 현지에서 처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CIA 정보원이 적국에 포섭되거나 이중 첩자로 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 호스트 CIA 본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범인은 이중간첩이었다고 CIA 전직 요원인 더글러스 런던은 말했다.

CIA는 당시 알카에다 지도부에 접근하기 위해 요르단 의사를 정보원으로 포섭했지만, 그는 미국을 배반하고 테러를 감행했다.

미국을 겨냥한 첩보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 전직 공군 방첩 전문가인 모니카 엘프리데 위트는 지난 2013년 이란으로 망명한 후 미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에 대한 정보를 이란의 정예군 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넘긴 것이 포착됐다. 위트는 1997~2008년 미 공군에서 방첩요원으로 근무했다.

또 CIA에서 요원 조직 관리를 맡았던 중국계 미국인 제리 춘 싱 리는 2018년 중국 정부에 기밀정보를 넘긴 혐의로 19년형을 선고받았다.

일부 전직 CIA 직원들은 수십 년 동안 주로 테러 위협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국을 상대로 하는 CIA의 정보전 능력이 퇴보했다고 꼬집었다. 테러조직 내에 정보원을 만드는 것과 외국 정부를 감시하는 정보원을 양성·훈련·지휘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NYT는 "한 CIA 전직 관리는 '정보원의 손실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면서도 "이번(극비 전문)은 정보원 문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pb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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