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박이' 對中정책 내놓은 바이든.. 관건은 '차별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9개월 만에 공개한 대(對)중국 무역정책의 핵심은 고율 관세와 보복 조치다.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서라도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러 정책을 비판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무역정책에 있어서는 전임 대통령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이하 현지시각)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대중 통상정책을 발표했다.
타이 대표는 우선 트럼프 정부 시절인 올해 1월 체결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이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단계 무역합의는 중국이 2020~2021년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보다 2000억 달러 더 구매하고, 미국은 28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축소하거나 철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의 실제 합의 이행률이 60%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타이 대표는 특히 무역법 301조 발동 가능성에 대해 “아주 중요한 수단이고 내게 있는 모든 수단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이 법에 따라 신규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보복 조처를 취하겠단 의미다. 그는 다만 ‘표적 관세 배제 절차’를 재개하는 구상도 밝혔다. 이는 중국산 제품 외에 대안이 없는 미 기업에 예외적으로 고율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트럼프 행정부 때 시행한 이후 작년 말 시한이 만료됐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쿼츠(QUARTZ)는 5일 ‘트럼프를 빼닮은 바이든의 대중 통상정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타이 대표가 발표한 대중 정책은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촉구 ▲미국 기업에 대한 유연성(표적 관세 배제 절차) ▲중국의 철강, 태양광, 반도체 시장 점령에 대한 우려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현저한 유사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맹과의 불신이 커진 상황도 전임 행정부와 유사한 지점으로 꼽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원론적으로는 트럼프식 고립주의와 거리를 뒀지만, 올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부터 지난달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출범까지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확대하며 독불장군식 중국 견제를 고집한 트럼프와 결과적으로 유사한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앞서 호주는 안보 동맹을 맺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하면서 과거 프랑스와 체결한 수십억 유로의 방산분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에 프랑스 외무장관과 독일 대사까지 직접 나서 “미국이 동맹의 등에 칼을 꽂았다”며 “바이든이 트럼프와 같은 방식으로 동맹국을 모욕했다”며 공개 저격했다. 아프간에선 미국이 독단적으로 철군을 강행해 동맹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타이 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판박이’라는 지적을 의식해 ‘동맹 간 연합 전선 구축’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타이 대표는 “중국 견제를 위해 우방 및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미국의 목표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 심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내가 이전 행정부의 시도를 실패한 것으로 규정했다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며 “다만 우리가 갈 곳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싶다”고도 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조건적인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면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입증할 균형추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대중 통상정책에서 트럼프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이 트럼프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직격했다. 또 바이든표 정책이 성공하려면 결국 ‘트럼프의 실수’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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