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제 망신 언론악법, 폐기外 대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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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주장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말은 18세기 계몽 사상가 볼테르의 명언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칸 특별보고관은 다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대안이 여전히 적법성·필요성·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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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주장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말은 18세기 계몽 사상가 볼테르의 명언으로 회자된다. 그런데 사실 볼테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후대에 볼테르의 전기 작가가 볼테르의 사상을 요약해 쓴 표현이 볼테르 본인의 말처럼 알려진 ‘가짜 뉴스’인 것이다. 불행히 현대사회에서도 볼테르가 주창했던 표현의 자유는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늘 위협을 받는다.
지난 9월 29일 여당은 유엔과 시민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수용해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 방침을 철회했다.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던 이 개정안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최대 5배의 손해배상,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경우 등에 대한 고의·중과실 추정을 규정했다.
‘가짜 뉴스 규제’라는 솔깃한 프레임으로 포장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민주사회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 특히 미얀마와 중국 등 독재국가들이 이를 모방해 유사한 언론족쇄법을 만들 우려가 컸다. 이에 국경없는기자회, 국제기자연맹, 휴먼라이츠워치, 오픈넷 등 국내외 언론 및 인권 단체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아이린 칸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국제 인권 기준에 맞게 고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냈다. 서한은 이례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표결할 의원들과의 서한 내용 공유를 요청했다.
이러한 국제 여론의 비판에 여당은 ‘허위·조작 보도’를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로 바꾸고,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에 언론이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추가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칸 특별보고관은 다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대안이 여전히 적법성·필요성·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언론 보도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입법례는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나라에서도 일반적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을 두며,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법 규정이나 판례로 다른 사안들에 비해 배상을 어렵게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 구제도 징벌적 배상 외에 언론의 자유를 덜 침해하면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제를 촉진할 대안들이 있다. 또, 더 심각한 폐해가 지적되는 소셜 미디어 등을 빼고 언론 보도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징벌적 배상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돼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감시가 약해지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지게 된다. 일례로 2019년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는 등 형사사건 정보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이후 공인 범죄 보도가 60% 줄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국제사회에서 지적받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악법이 많다.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유엔에서 계속 예의주시하겠지만,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한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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