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오징어게임과 한국적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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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K-콘텐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드라마가 잇달아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 자체에 대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는 다시 첨예한 문제가 들끓는 현실로 돌아와 히어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 궁지에 몰린 약자들이 연대해 벌이는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징어게임'은 K-콘텐츠의 또 하나의 정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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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K-콘텐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를 휩쓸 때만 해도 당분간 누구도 깨기 어려운 기록이라 여겼지만 이를 넘어설 기세다.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어떤 면에서 ‘기생충’의 인기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1위를 휩쓸면서 전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데스게임(목숨을 걸고 하는 생존 게임)이라는 보편 장르에 한국적 특수성을 더한 결과라는 분석, ‘자본주의 사회와 빈부 격차 시대’에 대한 풍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섬뜩한 유머, 기발한 미장센, 국적과 관계없이 30초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놀이 규칙 등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미국에선 드라마 의상이 핼러윈 코스튬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파리 팝업 체험관 앞엔 긴 줄이 서고, 필리핀 대형쇼핑몰엔 드라마 속 초대형 인형이 등장했다. 유튜브에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달고나를 만들고 있으니 ‘오징어게임’은 말 그대로 지구를 평평하게 만들며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타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드라마가 잇달아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 자체에 대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것 중 하나가 사건이 아닌 ‘관계와 감정에 대한 집중’이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콘텐츠가 사건 전개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의 스토리텔링은 인물들의 관계, 특히 이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파고들면서 여러 문화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의 전통적 영웅과 다른 ‘평범한 영웅’의 탄생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휩쓴 대표적 서사는 ‘마블 유니버스’를 필두로 한 ‘히어로물’이었다. 냉전 구도가 무너지고 현실 세계의 큰 적이 사라지자 대중 서사는 판타지 세계로 날아가 거대 ‘악’을 내세웠고, 여기에 히어로들이 군단으로 나서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는 다시 첨예한 문제가 들끓는 현실로 돌아와 히어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 궁지에 몰린 약자들이 연대해 벌이는 싸움을 그리고 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데스게임을 벌이면서도 서로 손을 내밀고, 미국 넷플릭스 3위에 오른 ‘스위트홈’에서는 외톨이 고등학생이 낡은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괴물에 맞서 싸운다. 넷플릭스 영화 1위에 올랐던 ‘승리호’에서도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약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정의’를 이뤄낸다. 할리우드가 백인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흑인, 여성을 히어로로 등장시키며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결국 뛰어난 힘을 가진 강력한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적 스토리텔링은 전통 영웅 서사의 판을 전복하며 나름의 답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징어게임’은 K-콘텐츠의 또 하나의 정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일 수 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먼 곳까지 내딛길 기대하며, 현실에서도 혐오와 증오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감의 연대가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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