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화천대유' 속뜻

기자 2021. 10.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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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와 그 주변에 파리떼처럼 들러붙은 다양한 직종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부동산 개발을 한답시고 8000억 원 가까이 해먹은 간 큰 이야기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그런데 이 패거리들 이름이 화천대유(火天大有), 천화동인(天火同人)이다.

그다음 괘인 화천대유는 함께 동인하고 화동(和同)을 통해 대유를 이룬다.

화천대유 측이 법원과 검찰, 국회 등 온갖 곳에 "돈을 처바르는" 것도 나름의 유사 모방행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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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와 그 주변에 파리떼처럼 들러붙은 다양한 직종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부동산 개발을 한답시고 8000억 원 가까이 해먹은 간 큰 이야기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그런데 이 패거리들 이름이 화천대유(火天大有), 천화동인(天火同人)이다. 둘 다 주역에 나오는 용어다. 천화동인은 주역 64괘 중 천지비(天地否) 바로 다음에 나오는 괘다. 천지비 괘는 위로 올라가려는 하늘과 밑으로 내려가려는 땅이 서로 만나지 못해 통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동인’ 괘로 이어받는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다. 동인은 다른 사람과의 대동과 조화, 단결을 의미한다. 그다음 괘인 화천대유는 함께 동인하고 화동(和同)을 통해 대유를 이룬다. 풍년을 대유년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천대유에는 함정이 숨겨져 있다. 대유 괘 다음을 지산겸(地山謙) 괘가 이어받는 이유다. 지산겸 괘는 산이 땅 아래에 있는 형국이다. 크게 가지면 넘치는 잘못을 범하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겸손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은 물극필반(物極必反)의 도리에 근거한 것이다. 가득 차면 변화가 생기하고, 반대 방향으로 변화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유가 부유함을 말한다면 겸은 공평한 분배, 혹은 분배적 정의를 의미한다. 화천대유 측이 법원과 검찰, 국회 등 온갖 곳에 “돈을 처바르는” 것도 나름의 유사 모방행위라 할 수 있다.

대유 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후를 뜻하는 세 번째 양효(陽爻)와 천자를 지칭하는 다섯 번째 음효(陰爻)다. 효사(爻辭)는 제후가 가진 것을 떼 내 천자에게 조공으로 바치는 행위를 묘사한다. 그렇다면 시행사인 화천대유 입장에서 천자는 누구일까.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지개발 세력 4인방이 모두 그 지자체장의 측근이라지 않는가. 이런 판국에 정작 지자체장은 “단 1원도 받지 않았다”고 공언하고 있다. 화천대유 참가자들로서는 대유 괘의 효사는 물론, 지산겸 괘조차 무시하는 겁 상실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지자체장은 “나는 권력을 잔인하게 써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고까지 말하지 않는가. 물론 화천대유 측이 돈에 버금가는 ‘다른 조공’을 바치거나 ‘특수 용역’을 수행했다면 별개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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