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32도라니..110년 만의 이상고온, 아직 안 끝났다
강릉에서는 관측사상 가장 높은 32.3도
10월 들어 전국 역대 5위값 37% 경신
"아열대고기압의 이례적 발달이 원인"
9∼10일 소강 14일께 재강화할 수도
유례 없는 10월의 이상고온 현상은 이례적인 아열대고기압의 강화 때문으로, 10월 중순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 3일 강원도 강릉의 일최고기온은 32.3도로 10월 기온으로는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강릉에서 관측을 시작한 때는 1911년 10월3일이다. 10월 일최고기온으로는 110년 만에 가장 높은 값(극값)이 기록된 것이다.
같은 날 대구에서도 최고기온이 30.9도까지 치솟아 극값이 경신됐다. 대구 관측은 1907년부터였으니 114년 만이다. 하지만 다음날인 4일 31.5도까지 오르며 기록은 다시 깨졌다. 5일에도 대구의 일최고기온은 30.1도(역대 5위)를 기록했다.
이날 전남 순천에서도 일최고기온이 29.4도를 기록해 10월 역대 1위가 경신됐는데,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1일부터 5일 사이에 바뀌었다. 전남 광양은 2일부터 5일까지 일최고기온이 역대 5위 안에 다 들었다. 또 지난 4일 역대 1위 기온을 기록했던 북창원, 의령, 밀양 등도 하루 만에 다시 순위가 바뀌었다.
10월초에 닥친 폭염급 무더위는 전국 95개 지점의 10월 일최고기온 역대 5위 기록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5일 현재 95개 지점에서 기록된 역대 5위의 연도를 집계해 보면, 전체 475개 가운데 2021년이 175개로 무려 37%가 10월 들어 닷새 만에 바뀌었다. 기상청 예상으로는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가을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 설악산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는데, 10월초에 무더위가 닥친 원인은 무엇일까? 한상은 기상청 기상전문관은 “아열대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기상전문관은 “5일 아침 제주도의 500헥토파스칼 지위고도가 5980gmp으로 관측됐다. 우리나라 남부와 일본 규슈, 중국 동쪽 지역 모두 지상 5∼6㎞의 500헥토파스칼 고도 온도가 영하 5도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자리하고 있어 마치 여름철과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위고도는 기상을 분석하기 위한 개념으로 단순한 높이를 나타내는 기하학적 고도와 다르다. 쉽게 표현하면 지면에서 특정 기압이 나타나는 높이가 얼마인지를 나타낸다. 북태평양고기압을 5880gmp로 표현하는 것은 500헥토파스칼의 기압이 나타나는 높이가 5880m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통상 숫자가 높으면 고기압, 낮으면 저기압을 나타낸다.
아열대고기압이 발달한 원인은 열대지방의 활발한 열대수렴대들에서 찾아진다. 수렴대는 지표나 하층에서 공기가 모이는 곳을 말한다. 위성영상을 보면 현재 열대지방에 구름떼가 가득 차 있다. 한 기상전문관은 “열대수렴대들이 활발해지면 고위도에서는 침강 현상이 나타나며 아열대고기압이 발달한다”고 했다.
열대수렴대가 발달한 것은 필리핀 서쪽에서부터 동쪽까지, 또 남중국에 이르는 지역에 해수면 온도가 30도를 넘는 고수온역이 뻗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해안을 따라 평년보다 1∼2도 높은 고수온역이 나타나고 있다. 해수면 부분에서 모인 공기가 위로 올라가 구름이 발달하고 이 공기가 중위도로 이동해 하강하면서 아열대고기압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아열대고기압은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처럼 키 큰 고기압과는 달리 상층은 강하지만 하층은 약한 형태의 고기압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상은 기상전문관은 “5일 아침 5980gmp까지 높아진 지위고도가 다시 낮아지겠지만 8일 이후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후 9일께 북서쪽에서 찬공기가 남하하면 10일 오후부터 11일 오후까지 전국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4일께에는 또다시 아열대고기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수치모델들이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대수렴대들의 발달에 따른 태풍 발생 가능성에 대해 한 기상전문관은 “열대지방에 공기가 한 곳에 많이 모이게 되면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 기압계에서는 태풍이 발생해도 아열대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어 우리나라 쪽보다는 중국 남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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