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위급 회담 전격 재개..꽉 막힌 관계 돌파구 마련할까

최서윤 기자 2021. 10. 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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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책임있는 경쟁 모색"..中 "갈등 지속하면서 협력 기대도 마라"
바이든·시진핑 첫 대면 회담도 의제지만 성사 전망은 낮아
제이크 설리번(사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스위스 시간으로 6일 취리히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난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스위스에서 현지 시간으로 6일 만나는 가운데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 측은 전략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와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타진 등을 의제로 내걸었지만, 중국 측은 "다른 문제에서 갈등을 지속하면서 일부 협력 성사는 기대도 말라"는 입장이다.

이에 올해 들어 벌써 4차례 이뤄진 기존 고위급 접촉과 마찬가지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에밀리 호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설리번 보좌관이 양 국원과 취리히에서 만나 미중 간 고조되는 긴장을 완화하고 전략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달 9일 가진 통화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두 정상은 대만 문제 및 홍콩·신장 인권 관련 대립과 무역·기술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간 마찰이 의도치 않은 갈등을 야기하는 위험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우선 양국 간 주요 전략 경쟁 부문인 무역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길었던 대중국 무역 정책 검토를 공식 발표한 직후이기도 하다. 전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지난해 1단계 무역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시절 부과한 대중국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며칠 연속으로 중국 군용기가 대만 영공에 침입했고, 전일에는 급기야 사상 최대 규모인 52대의 중국 전투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이를 도발로 간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신념은 굳건하다며 중국의 오판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정상회의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달 30~31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G20 직접 참석이 현재로선 계획에 없다는 입장을 넌지시 흘리고 있다.

중국의 G20 특사단은 출입국 시 3주 자가격리를 명시한 방역정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번지기 직전인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약 600일간 한번도 중국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2021년 3월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국-중국의 고위급 회담서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21년 3월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미국-중국의 고위급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두 정상이 만나도 대외적으로 발표할 만한 가시적 성과 도출이 어렵다는 상황 자체가 더 걸림돌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반면 고위 당국자간 접촉은 점점 빈번해지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올해 3월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미중 고위급 외교 회담이 알래스카에서 열렸지만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설리번 보좌관과 양 국원은 지난 3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언성을 높인 바 있다.

이어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 특사가 3월 말과 8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지난 7월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톈진으로 날아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쉬펑 부부장을 만났지만 마찬가지였다.

중국 당국자들은 미 측과의 접촉을 대미 경고 메시지 발신 창구로 활용해온 측면이 있다. 미국은 협력 분야와 경쟁 분야, 신장·홍콩 인권 등 대립할 수밖에 없는 분야를 분리하고 있지만, 중국은 "다른 갈등이 계속되는 한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서 협력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해왔다.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강경책을 상당 부분 계승하거나 심지어 확대, 긴장을 유지하면서 변죽을 울렸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수호 명목으로 포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워싱턴에서 인도, 일본, 호주 정상과 가진 쿼드 정상회의에서 '푸른 점 네트워크(Blue Dot Network)' 계획을 지속하는 데 대한 관심을 재확인했다. 푸른 점 네트워크는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맞서 발표한 인프라 구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일 파리에서 열린 관련 행사에서 '푸른 점 네트워크 이니셔티브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근본적으로 이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이니셔티브지 누구에게 맞설 것인가에 대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일대일로를 비판하는 뉘앙스로 "투자라는 건 공동체와 환경적 영향, 정성성, 노동 등 모든 이해 당사자의 책임과 권리를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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