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한다"..'호모 프로스펙투스'로 부를까

임형두 2021. 10. 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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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셀리그먼 등 심리학자들 공저 '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로 일컬어진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의미다. 아프리카를 기원지로 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곳곳으로 나아가 현생 인류로서 온 세상의 주인이 됐다.

그렇다면 인간을 지혜로운 존재로 만드는 본질적인 능력은 뭘까?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은 "미래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 바로 전망 능력"이라고 주창한다.

마틴 셀리그먼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 미시간대 철학과 피터 레일턴 교수, 미시간대 정신의학과 찬드라 스리파다 부교수와 함께 펴낸 '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에서 오직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움직이는 인간인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이들 학자는 심리학, 철학, 통계학, 의사결정이론, 신경과학 분야의 융합을 통해 인간이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인지 과정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뒤집어놨다. 다음은 책의 서문에 나오는 마틴 셀리그먼의 말이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이름은 잘못 붙여졌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나 직립 인간이라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의미 그대로 쓰였으나,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의 염원을 담았을 뿐이다. 진정한 지혜를 가진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전망(prospection)은 그 어느 종에게도 없는 능력으로, 호모 사피엔스만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전망은 지혜로운 생각과 행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을 호모 프로스펙투스로 부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처럼 공저자들은 '전망'이라는 프레임으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나간다. 책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인간은 무엇보다 학습을 통해서만 지혜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학습이 경험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예측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에 영향을 받는 불확실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기대나 의지 같은 예측 시스템에 따라 최종적으로 사피엔스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찰이나 상호작용을 통해 삶과 세상을 배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의 진정한 기원은 뛰어난 예측 능력, 그리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학습하는 능력의 조합이라고 저자들은 규정한다. 실제로 인간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그날의 일과부터 1년 계획과 평생의 목표, 인류의 미래까지 끝없이 먼 훗날을 계획하고 기약한다.

과거에 매몰된 사람은 우울하고, 미래에 매몰된 자는 불안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잘못된 전망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 관점 때문에 무관심, 자살, 우울감, 짜증, 무기력과 같은 심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에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개인의 심리 상태뿐 아니라 행동 방식을 바꿔놓는다.

저자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대, 그리고 상상이 매우 중요한 버팀목이자 디딤돌 구실을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사회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위기와 맞설 때 새로운 미래의 창을 활짝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근 2년 동안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는 희망의 전망이기도 하다.

이번 책의 번역은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와 김태훈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가 함께 맡았다. 국내외 심리학자들이 전문 지식과 상호 공감을 바탕으로 의기투합한 셈이랄까. 이들 국내 학자도 역자 서문을 통해 이같이 소견을 밝힌다.

"인간만이 '넥스팅(nexting)'하는 존재다. 즉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능력이 없다면 인간은 그저 동물이다." "전망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때 지금까지 인류의 발자취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인류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나갈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개개인의 삶에서도 과거나 현재에 묶여 있는 생각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웅진지식하우스. 480쪽. 2만5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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