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버지, 자폐 아들 위해 "생일 축하해 주세요" 요청하자 벌어진 일
자폐증 아들 생일 축하 위해 SNS 글 올려
1,400만 건 조회..美서 가장 인기있는 게시물
수많은 이들이 기부 등 선한 행동도 벌어져
"제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영국 노팅엄에 거주하는 케브 해리슨(52)씨는 아들 다니엘의 15번째 생일을 축하해 달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내용이었지만 이 글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시물로 등극해 버렸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해리슨씨는 지난달 28일 아들이 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적은 글귀 때문에 SNS에 사연을 올렸다. 해리슨씨의 아들 다니엘은 자폐증을 지닌 '특별한' 아이다. 그는 문서에 삐뚤빼뚤하지만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문장을 써왔다.
다니엘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쓰인 문서에 이렇게 썼다. '차를 운전하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해리슨씨 부부는 아들이 쓴 문장을 보고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어떤 친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했다. "다니엘은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서 혼자 운동장을 돌아다닌다"는 게 그 이유다.
다니엘은 어렸을 때 몇 년 동안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등 가장 심각한 자폐증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증상은 서서히 나아졌다. 또 말은 하지만 기본적인 반응만 하며 대화하기 때문에 소통은 힘들다.
그래서 해리슨씨는 SNS에 다니엘의 사연을 올려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는 "내 아들 다니엘은 심한 자폐증을 지녔고,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며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다. 그가 두 가지 소원을 적었는데 운전하는 것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해리슨씨는 이어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달라"며 "아들에게 당신의 관심을 보여 달라"고도 했다.
그는 자폐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아들이 특별한 날에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소수의 사람들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리슨씨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수천 명의,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다니엘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니엘에게 친구가 되자고 했다.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글을 올리고 불과 몇 시간 만에, 해리슨씨의 SNS은 1,400만 번 이상 조회됐고, 무려 12만2,000여 명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결국 해리슨씨의 글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시물 1위에 올랐다. 해리슨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순간도 이런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많은 유명 인사들도 다니엘의 생일을 축하해 줬다.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 중에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했던 배우 마크 해밀도 있었다. 그는 다니엘에게 "내 친구 다니엘을 위해"라며 자신의 동영상도 보냈다.
이뿐만 아니다. 1960년대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커크 선장을 연기했던 배우 윌리엄 섀트너를 비롯해 배우 러셀 크로, 제인 린치, 활동가 에린 브로코비치 등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해리슨씨는 "다니엘이 펄쩍펄쩍 뛰었다"며 기뻐했다. 그는 아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보내온 축하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줬다. 다니엘을 위해 대신 답글도 달아주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해리슨씨는 "제 아들은 15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며 "너무 사랑스럽고 친절하고 상냥한 소년"이라고 다시 한번 아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선물 대신 선한 행동 해달라 했더니..."
유명 인사들만 다니엘의 생일을 축하한 건 아니다. 올리라는 11살 소년은 영상 메시지로 다니엘을 위한 시를 써서 전달했고, 9살 레니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인디애나주(州)의 여러 학생들은 다니엘을 위해 '생일 축하해. 다니엘'이라고 적힌 특별한 카드판을 만들었다. 또 자신을 자폐증이라고 밝힌 프랭키는 "운전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내 목표"라며 다니엘을 응원했다.
해리슨씨는 이러한 축하 메시지를 전 세계 곳곳에서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니엘에게 생일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해리슨씨는 정중히 거절하며 "선물 대신 누군가를 위해 친절한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선행은 반드시 지켜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자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해리슨씨의 SNS에 선행을 베푼 일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스타벅스에서 내 뒤에 있는 사람의 비용까지 지불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저는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해리슨씨는 자신 역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저로 인해 한 사람이 다른 아이(자폐증)를 다르게 보게 했다면, 저는 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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