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으로2', 고구마 전개에도 중지 버튼 못 누르는 이유

아이즈 ize 김수정(칼럼니스트) 2021. 10. 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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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수정(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어둠 속으로' 시리즈가 돌아왔다. '어둠 속으로' 시즌1은 '태양을 보면 죽는다'라는 심플하고 강렬한 설정과,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서스펜스를 속도감 넘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이들이 지하 벙커 앞에 도착하는 것으로 엔딩을 마무리해 시즌2를 향한 강한 궁금증을 남기며 끝냈던 바. 코로나 여파로 약 1년 4개월 만에 돌아온 시즌2는 시즌1에서 비행기 승객들이 들어간 벙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1 엔딩에서 벙커의 문을 열어줬던 이들은 군인이었다. 벙커를 먼저 발견한 이 나토(NATO) 연합 군인들과 비행기 승객들은 벙커 안에서 나름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일상을 꾸린다. 시즌1에서 인물들이 직업과 능력치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벙커 안에서도 각자의 전공 분야를 활용해 제 몫을 다한다. 

하지만 승객들을 대하는 군인들의 태도가 영 찝찝하다. 군인들은 내심 비행기 승객들을 식량만 축내는 존재로 여기며 이들을 관리,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러던 중 이네스의 실수로 벙커 식량의 절반 가까이가 불에 타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 자라와 그의 아픈 아들 도미니크가 실험용 쥐를 따라가던 중 열쇠가 없는 발전실에 갇혀버린다. 자라와 도미니크는 발전기의 뜨거운 열기에 괴로워하고, 사람들은 이들 모자를 살리기 위해 발전기를 일시 중단한다. 하지만 발전기를 계속 꺼둘 경우 자라와 도미니크뿐만 아니라 벙커 안의 모든 이가 죽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여기서 '어둠 속으로2'의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인류애를 위해 다수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다수를 위해 인류애를 포기할 것인가. 시즌1에서 자라와 도미니크를 평생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아야즈는 자라와 도미니크를 살리기 위해 열리지 않는 문과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자라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스스로 발전기의 레버를 올리고, 결국 두 사람은 발전기의 열기 속에 뜨겁게 타들어 간다. 

이 발전기 에피소드는 속도감 넘치게 스토리를 전개해야 할 초반에 배치된 기폭제 치고는 다소 답답한 것이 사실. 하지만 '어둠 속으로2'는 시즌의 엔딩까지 이 인류애에 관한 질문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함께 살아낸다는 것. 그것이 빛을 보면 죽어버리는 이 지옥도 같은 현실에서 유일한 '빛'임을 역설한다. 여기에 더해 시즌2 엔딩에서 자라와 도미니크의 죽음에 관한 충격적인 반전이 등장하니, 고구마 전개에 너무 노여워하지 않기를.

자라와 도미니크의 죽음, 식량의 화재로 벙커의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간다. 군인과 승객의 기 싸움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려는 가운데, 시즌1 엔딩에서 실비가 군인 테렌치오를 죽인 사실이 밝혀진다. 실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폭정 군인 테렌치오가 또 어떤 악행을 벌일지 모를 일이었다는 것. 하지만 군인들은 그럼에도 살인은 살인이며, 군인 출신인 실비가 군인을 죽인다는 것의 의미를 더욱 잘 알 것이라며 군사재판을 열겠다고 한다. '어둠 속으로'는 시즌1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죽음으로써 처벌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과거의 죄는 과거에 불과한 것인지 묵직한 물음을 던진 바 있다. 아야즈의 과거 범죄 이력을 놓고 비행기에서 낙오시킬지를 다수결로 투표했던 것. 당시 아야즈는 낙오라는 형벌을 피할 수 있었고, 승객들을 살려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낸다. 그렇다면 실비는 이 군사재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군인과 승객들의 갈등은 어디까지 번져나가게 될까.

사진제공=넷플릭스

벙커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갈등이 계속된 가운데, 아야즈와 몇몇 일행은 씨앗을 찾기 위해 노르웨이의 한 씨앗 저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이들은 심한 조증을 앓고 있는 세계 식량 기록 보관 담당자인 지아를 만난다. 재난 상황에서 홀로 씨앗을 관리하고 있던 지아는 아야즈 일행과 함께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부린다. 아야즈 일행은 그런 지아를 살리겠다며 억지로 비행기에 결박시켰다가 위기에 봉착한다. 이들은 무사히 씨앗을 싣고 벙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둠 속으로2'는 여러 떡밥을 뿌리며 끝난다. 나아가, 더욱 확장될 '어둠 속으로' 세계관을 예고하며 시즌3를 향한 기대감을 키운다. 동이 트면 죽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존재가 또 있을지. 벙커의 갈등은 무사히 봉합될 수 있을지. 씨앗은 또 어떻게 될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햇빛 속에서도 살아남은 존재가 엔딩을 장식하며 이 재난의 실마리를 향한 진한 희망을 품게 한다. 시즌1만큼의 긴박함과 신선함은 없었지만, 시즌2는 시즌3를 향한 매우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낸다. 뿐만 아니라, 속죄와 구원, 인류애라는 시리즈가 품고 있는 메시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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