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쓴 딸.. 가족 내팽개쳤던 아빠는 무죄를 밝힐 수 있을까

김인구 기자 2021. 10. 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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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시절 술과 마약으로 삶을 탕진한 나머지 가족을 소홀히 하다가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 아버지, 가족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딸에게 믿음을 되찾아주고 싶은 아버지의 여정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역만리 면회를 갔던 아버지 빌(맷 데이먼)은 딸이 변호사에게 전하려던 메모에서 딸의 무죄를 확신하고 직접 진실 추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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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톡 - 오늘 개봉 ‘스틸워터’

실화에 바탕… 충격적 반전

맷 데이먼의 연기변신 압권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주변의 아버지들을 보라. 세월이 지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던 아버지 상(像)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자식을 걱정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다. 이게 어디 고금(古今)뿐인가. 동서(東西)도 같다. 미국에도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부모의 치맛바람이 거세다. 또한 어머니날(마더스 데이)은 물론 아버지날(파더스 데이)도 기념한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희생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스틸워터’는 바로 그런 아버지 이야기다. 젊은 시절 술과 마약으로 삶을 탕진한 나머지 가족을 소홀히 하다가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 아버지, 가족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딸에게 믿음을 되찾아주고 싶은 아버지의 여정이다.

프랑스 마르세유로 유학 간 딸 앨리슨(애비게일 브레스린)이 살인죄로 감옥에 갇혀 생활한 지 여러 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역만리 면회를 갔던 아버지 빌(맷 데이먼)은 딸이 변호사에게 전하려던 메모에서 딸의 무죄를 확신하고 직접 진실 추적에 나선다. 그동안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뭐라도 힘이 돼주고 싶은 속죄의 의미다. 그러나 배운 것 없는 노동자 출신의 빌이 말도 통하지 않는 마르세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어린 딸과 단둘이 사는 미혼모 버지니(카밀 코탄)의 도움을 얻어 ‘맨땅에 헤딩’하는 방법뿐이다.

이 작품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07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던 미국인 학생 어맨다 녹스가 그녀의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7년간의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토머스 매카시 감독은 유럽 이민자들의 도시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딸의 뒤틀린 관계, 이질적 문화의 충돌을 그린다.

아무래도 아버지 빌을 연기한 맷 데이먼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데이먼은 이번에도 눈에 띄는 변신을 보여준다. 빌은 오랫동안 석유 채굴 노동자로 일했으나 현재는 실직자다. 낡은 야구모자에 티셔츠를 입고 턱수염을 기른 스테레오 타입의 미국인이다. ‘본’ 시리즈의 제이슨 같은 비범한 능력도, ‘마션’ 속 집념의 과학자 같은 지식도 없지만 딸을 향한 진심과 믿음은 누구 못지않다. 그래서 다소 무식하고 무리하게 덤벼드는 모습이 과하지 않다. 아무런 힘도 백도 없는 사람은 이렇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것 아닌가.

아버지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깃들어 있다. 실화를 뺨치는 반전의 과정도 충격적이다. 매카시 감독은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들과 과거, 사회, 사랑, 가족이 어떻게 도덕성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6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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