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여인'과 작별하는 LPGA 투어, 아쉬운 전통과의 단절

김경호 선임기자 2021. 10.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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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박지은이 2004년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캐디와 함께 미션 힐스 골프장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고 있다. ㅣ게티이미지


2004년 박지은이 우승하면서 한국팬과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박지은은 그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연못에 뛰어들어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이후 2012년 유선영이 다시 물꼬를 트더니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 2019년 고진영, 2020년 이미림이 이어가며 ‘호수의 여인’의 특권을 누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유명한 우승축하 행사인 ‘연못 뛰어들기’ 세리머니가 2022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LPGA 투어는 6일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이 향후 6년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ANA 인스퍼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던 대회는 2022년부터 셰브론 챔피언십으로 열린다. 셰브론은 현재 310만 달러인 총상금을 500만 달러로 늘리고 우승상금도 46만 5000 달러에서 75만 달러로 키우기로 약속했다.

셰브론은 내년 4월 대회는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CC에서 그대로 개최하지만 2023년부터 휴스턴 지역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휴스턴에는 8000여명의 셰브론 직원이 거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회 우승자가 미션 힐스CC 18번홀 그린 옆의 연못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전통도 팬들과 작별하게 됐다.

LPGA의 열렬한 후원자인 배우 겸 가수 다이너 쇼어가 1972년 창설한 이 대회는 매년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한 주 앞서 미션 힐스CC에서 열리며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 지난 4월 50주년을 맞은 이 대회는 198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돼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란 이름으로 2001년까지 열렸고 이후 2014년까지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으로 개최됐다. 2015년부터 일본 항공사가 맡아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불렸다.

‘연못 세리머니’는 1988년 우승자 에이미 앨콧이 18번홀 그린 옆의 작은 연못에 뛰어든 것이 계기가 됐다. 1994년 우승자 도나 앤드루스가 재현하면서 독특한 전통으로 자리잡자 골프장은 부상 방지를 위해 연못 크기를 키우고 수질을 개선하며 전통을 키워왔다.

후원사 요청에 따라 변화를 맞게 됐지만 선수와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950년 출범해 비교적 역사가 짧은 LPGA가 여자 골프의 가장 유명한 세리머니로 자리잡은 전통을 스스로 끊게 됐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AP와 인터뷰에서 “미션 힐스CC 18번홀 호수의 다리를 건널 때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코스는 내게 매우 특별한 곳인데, 떠나야 한다니 슬프다”며 아쉬워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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